하나證, 부동산 임원 배임에 관련 본부 폐지...PF 침체 '단면'
입력 2022.10.14 07:00
    하나증권, 부동산업무 담당 임원 배임에 해당 본부 폐지
    수익부서 일거 폐지는 이례적…부동산투자 부실 가능성 대두
    공격적 투자 일환…사실상 무담보대출까지 허용 경우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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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증권이 최근 내부 감사에서 배임 혐의를 적발한 임원이 담당하던 구조화본부를 폐쇄했다. 개인적인 비위가 발견됐다곤 하나, 해당 부서를 통째로 정리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부동산 관련 금융 부실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증권은 최근 수 년 간 부동산 금융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왔던 증권사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증권의 현직 임원 정모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를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배임 규모는 48억3000만원이다. 하나증권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하나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 정 모 씨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진국 전 대표 임기 중 수행했던 부동산금융 딜에서 배임 혐의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모 씨는 부동산PF 관련 업무를 줄곧 이어오다 지난해 말 구조화금융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구조화금융본부는 부동산PF 유동화 증권 등 유동화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하나증권은 정 모 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10월1일자로 해당 부서를 폐지했다. 해당 본부 소속 직원들은 다른 IB부서로 이관됐다는 설명이다. 작년 말 신설된 부서가 일거에 폐지되면서 관련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PF 등 부동산금융은 하나증권의 주력 사업 중 하나다.

      관련 업계에선 그간 공격적으로 부동산금융 사업을 확장한 하나증권에서 배임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 부동산 시장 업황이 꺾이는 시기에 범죄 혐의가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어야 구체적인 혐의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이번 배임 사태가 이진국 전 사장 시절 진행된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의 후폭풍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증권사가 공세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탓에 현재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황 악화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개발사업이 연이어 중단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하나증권이 참여한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지역 도원동 개발 사업은 공매가 진행 중으로 유찰된 상태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이 참여한 달서구 본리동, 남구 대명동도 부지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활황기에는 공격적 투자기법으로 알음알음 용인되던 행위들이 손실 위험이 커지자 사후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정상적으로 이자·수수료가 납입되면서 내부에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수 년 간 부동산금융 부서를 대상으로 한 내부감사에선 담보가치와 관련한 배임이 빈번했다는 평가다. 기초자산인 담보에 대해서 사실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데도 부동산PF를 진행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무담보대출에 가까운 형태라는 설명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부동산금융부서에서 대출의 이자율 등을 산정할 때 담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안 하거나 담보가치가 극히 작은 기초자산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시행사 주식 같은 경우 담보로서 가치가 없음에도 부동산금융부서에서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사실상 무담보대출로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증권사 내부 규정에 어긋난다고 보기엔 모호하기 때문에 내부감사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호황기 때는 이러한 방식의 공격적 투자도 손실 위험이 적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하나증권의 배임 사태의 규모 및 파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 횡령보다 복잡한 '배임죄'를 적용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연루된 인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배임 규모가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변동될 수 있다고 공시에서 밝힌 바 있다.

      금융사 내부통제 논란이 불거지는 시기인 만큼 평판 리스크도 부상하고 있다. 하나증권이 7년 만에 사명 변경에 나서며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곧바로 내부 비위 이슈가 불거지며 신뢰도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잇따라 횡령, 유용, 배임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책임론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도 관련 내용을 더욱 꼼꼼히 들여다 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내부 감사에서 배임 혐의를 발견해 수사기관에 먼저 알린 건"이라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