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중소형 증권사...부실 위기 현실화된 부동산 PF
입력 2022.10.17 07:00
    새마을금고 부동산PF 관련 ‘만기연장 자제’ 지침
    중소형 증권사 ‘발등의 불’…자금줄 막혔다는 평가
    지방 사업장 부실 위기도 수면 위로…공매 건 다수
    레고랜드 PF 사태가 기름 부어…자금운용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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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금줄이 막히면서 자체 운용 북(자금운용한도)이 미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만큼 신규 부동산 PF 사업은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다. 

      기존 사업장들도 ‘시한폭탄’이 터지기까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사업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사업장 부실이 쌓이면 중소형 증권사들이 그대로 손실을 떠안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새마을금고는 증권사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PF 관련 만기연장 자제 및 신규 대출 금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담은 지침을 전달했다. 이번 권고사항에 따르면 기본적인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사업장의 리파이낸싱 역시 사실상 어려워진다. 금리나 대주단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자본재조달이라고 하더라도 신규 대출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그간 부동산 PF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돈줄’ 역할을 했던 새마을금고마저 대출이 막히면서 사실상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규 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장 역시 부실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대형 증권사들은 자금 공급을 연기금이나 공제회,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에서도 받아왔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개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과 협력을 맺어왔다. 이렇듯 자금 조달처가 한정적인 데다 부실 위험성이 더 크고 규모가 작은 사업장 위주의 사업을 벌여왔던 만큼 앞으로 더욱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대구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은 부실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하나자산신탁 공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증권이 참여했던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지역 도원동 개발사업 부지가 현재 공개매각(공매)에 붙여졌다 유찰됐다. 같은 지역의 달서구 상인동, 남구 대명동 등의 토지 및 건물 역시 EOD(기한이익상실) 등의 이유로 공매 입찰이 실시되고 있다. 

      달서구 상인동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개발사업의 경우 다올투자증권이 약 1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에 대해 사모사채 인수확약으로 신용위험을 통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 주로 중소형 증권사가 신용위험에 대한 확약을 내준 사업장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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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최근 터진 강원도 레고랜드 PF 사태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는 전언이다. 공사비 및 공가시간 증가 등으로 사업비용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PF 사업의 부실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해당 사태로 자금 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고, 그 대상은 우발채무 비율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신용평가사에서 모니터링 하는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점검 기준 가운데 임계치를 넘은 증권사들로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 비중의 임계치를 초과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이며 사업 초기단계의 익스포져 비중의 경우 BN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임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PF 사태로 원래부터 침체되어 있던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자체 자금운용 한도가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더욱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거나 지방에 있는 사업장 위주로 부실 위기 및 EOD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