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정경유착 대가 치르는 카카오...'플랫폼 영웅'이 '독과점 악당'됐다
입력 2022.10.18 07:00
    Invest Column
    지난 정권 5년간 매출 3배로 폭증...고비마다 면죄부
    고도 성장 중 CEO들은 돈 벌기에 혈안...비판 피하기 어려워
    이번 사태로 체질 바뀔까...평판 악화는 규제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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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카카오톡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이 없다. (대책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10월 17일 출근길 문답 중)

      카카오가 '국민 악당'이 됐다. 한때 플랫폼 비즈니스의 영웅이었던 혁신 기업이 골목상권 침해와 독과점으로 제 배만 불린 파렴치의 상징으로 돌변했다. 정경유착 의혹과 쪼개기 상장, 계열사 임원들의 수백억 주식 매도 등 '업보'는 이전부터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30시간 먹통 사태가 불만 분출의 방아쇠가 됐다.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이 국정감사에 긴급 소환됐다. 지난해엔 '상생'으로 질타를 받았다면, 올해엔 '독과점'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와 달리 이제는 정권도 카카오의 비호 세력이 아니다. 남은 건 규제 뿐이라는 전망이 많다. 역사적으로 기업의 평판 악화는 늘 새로운 규제의 출현으로 이어져왔다.

      카카오는 이전 정부의 신데렐라였다. 규제로 막혀있던 상당수 사업이 면죄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2018년 이후 불과 3년 사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변경 승인이 이뤄졌고 ▲김범수 전 의장과 카카오M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법제처가 유권해석으로 벗겨줬으며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인수 승인이 이뤄졌고 ▲카카오택시의 최대 경쟁자였던 '타다'가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참고기사 : 혁신기업 카카오의 新 정경유착?)

      2017년 2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그룹 매출(주식회사 카카오 연결 매출)이 2021년 6조1000억여원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확산과 유동성 증가 탓만은 아니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이자 1위 사업자 네이버의 매출은 4조7000억여원에서 6조8000억여원으로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혜를 통한 고도성장의 한복판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보여준 모습은 놀랍게도 '선사후공'(先私後公)이었다. 조수용ㆍ여민수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스톡옵션 차익을 포함해 각각 300억원 이상의 연봉을 가져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보다도 6배 많은 연봉을 챙겼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상장 직후 47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애초에 카카오라는 조직의 불투명한 CEO 선정 시스템이 이런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및 계열사의 CEO 선임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의 치열한 논의 과정은 늘 생략돼왔다는 것이다. 최대주주인 김범수 전 의장의 옛 동료가 CEO로 무혈입성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카카오에는 2010년 이후 12년간 8명의 CEO가 거쳐갔다. 대부분이 2000년대 NHN 출신으로, 김범수 전 의장의 옛 동료 들이었다. 이석우ㆍ임지훈ㆍ여민수ㆍ조수용ㆍ남궁훈ㆍ홍은택 등 전현직 대표가 모두 NHN 출신이다. 예외는 이제범ㆍ최세훈 전 대표 정도다. 이제범 대표는 김범수 전 의장의 서울대 후배이며, 최세훈 전 대표는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였다.

      카카오의 지분을 보유 중인 한 운용사 임원급 관계자는 "특정 회사 출신 CEO들이 카카오의 경영을 주도해오며 취한 성장 전략이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후 유료화, 쪼개기 상장 등이었다"며 "재해복구시스템(DR) 미비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홀했던 것도 이런 연장선 상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성장 전략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덜컹대고 있다. 카카오택시 유료화 논란에서 촉발된 반(反) 카카오 정서는 지난해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시도로 이어졌다. (참고기사:文정부 최대 수혜자 카카오는 어쩌다 '팽'당했나)

      이번 먹통 사태가 아예 국민의 삶 일부가 멈추는 사건으로 발전하며, 이번엔 메신저 독점에 대한 규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장 일부 정부 및 공공기관이 대국민 알림 서비스를 카카오톡에 의존하는 관행이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이번 논란이 카카오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까. 카카오가 책임있는 자세를 갖추고 진지하게 보상에 나설지 여부가 분수령으로 꼽힌다. 다만 그 가능성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카카오는 17일 아침 '투자 판단 관련 주요 경영 사항' 공시를 통해 자사 및 계열사의 재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SK C&C측과 손해 배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이 이를 가리켜 '금전적인 보상은 거의 없을 것이며, 있다 해도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간의 이목은 올해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김범수 전 의장의 입으로 쏠린다. 지난해 김 전 의장이 국감에 출석한 이후 카카오는 표면적으로나마 골목상권에서 철수하고,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려는 모습을 연출했던 바 있다.

      2009년 리먼브러더스 부도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에 대한 평판이 극도로 악화되자,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고객사에 이런 내용의 뉴스레터를 보냈다. 

      "부정적 평판을 받는 기업 및 산업은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으며, 입법기관과 규제당국의 감시를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중략) 긍정적인 평판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되는 조직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CEO 등 고위 리더십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