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화마까지 덮친 카카오…승자는 수백억 챙겨 나간 류영준·여민수·조수용?
입력 2022.10.19 07:00|수정 2022.10.19 07:01
    통신 대란에 사업성 우려…주가 및 이미지 회복 부담
    결국 승자는 이미 수백억 스톡옵션 차익 거둔 임원들
    여민수 362억·조수용 350억·류영준 323억
    임원은 추가 이익 전망…돈 먹고 부담 덜고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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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가 하락에 허덕이던 카카오그룹은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까지 덮치며 더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카카오는 재무적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큰 터라 당분간 주가 회복을 기대하는 쉽지 않다. 현 경영진들은 당분간 시장의 눈치를 받으며 사업을 복구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결국 승자는 이미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대규모 차익을 거두고 떠난 카카오 경영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7일 카카오 주가는 장중 한때 4만6500원으로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통신 대란으로 서비스에 차질을 빚으며 사업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장중 수조원의 가치가 증발했다.

      카카오 계열사 투자자와 직원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작년 상장 직후 주가가 좋았지만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직원들은 보호예수 기간에 묶여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한 반면 경영진들은 권리를 행사한 후 주식을 팔아치웠다. 경영진의 행보에 시장의 시선이 싸늘해졌고, 주가 하락과 손실 확대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작년의 '카카오 먹튀 사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인당 직원 손실금이 카카오뱅크가 2억3000만원, 카카오페이가 1억6000만원이다. 문제는 주가가 앞으로도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라며 "회사 가치를 잘 아는 임원들이 (주식을) 팔아버렸는데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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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간 카카오그룹주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사실상 승자는 이미 수백억원대 차익을 실현한 전·현직 임원들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부진을 예견하기라도 한듯 좋은 시기에 좋은 값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카카오그룹 상장법인 세 계열사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평가 이익을 정리해봤다. 행사가격과 행사당일 종가와의 차이에 행사수량을 곱해 산출한 값이다. 실제 실현이익과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카카오는 현재까지 5명의 임원이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약 1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제일 규모가 컸던 인물은 총 362억원의 여민수 전 공동대표이사다. 조수용 전 공동대표이사(350억원), 신정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121억원),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 99억원), 정의정 전 기술부문책임자(87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들의 행사이익은 대체로 작년과 올해에 대거 실현됐다. 여민수·조수용 전 대표의 이익은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318억원, 337억원이 기록됐다. 스톡옵션 행사이익이 급여·상여를 압도하게 되면서 이들의 근로소득도 작년부터 큰 폭으로 뛰었다. 이익은 이익대로 챙겨가고, 화재 사태로 인한 비판은 후임자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에 넘겨줬으니 일거양득이다.

      카카오페이는 류영준 전 대표(323억원),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105억원),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50억원), 오승준 결제사업부문장(38억원) 순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윤호영 대표(90억원), 김주원 이사회 의장(69억원), 정규돈 CTO(53억원), 고정희 최고서비스책임자(32억원) 순으로 이익을 냈다

      류영준 전 대표는 작년 회사 상장 한달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주식을 팔아 도마에 올랐다. 류 전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되자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 주식을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원들도 함께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비판의 불씨를 키웠다. 류 전 대표는 결국 온갖 비판을 받다가 공동대표에서 물러났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전화위복이라 할 만하다.

      이들 핵심 경영진은 앞으로도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아직 미행사 잔량이 다수 남아 있어서다. 카카오뱅크는 행사가 5000원의 미행사 수량이 120만4600주인데, 이중 87%(104만8000주)가 직원을 제외한 전현직 임원 소유다. 최고 9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현재 1만원대까지 떨어졌어도 손실은 보지 않는다. 지금 주가에선'책임 경영'을 위해 주식 일부를 사들이는 것도 큰 부담이 아니다.

      반면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상장 당시 1인당 평균 1만4481주를 공모가 약 3만9000원에 매입했다. 평가금액은 약 5억6000만원 수준인데, 주가가 반토막 이상 빠진 현재는 3억원대 손실이 가시화했다.

      카카오페이 또한 나호열 기술협의체 부문장(15만1685주), 이지홍 서비스 협의체 부문장(8만3450주), 신원근 대표(5만1055주)가 미행사수량을 행사가 5000원에 보유 중이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현재 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