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CEO 35명 무더기 임기 만료...연말 지배구조 변화 주목
입력 2022.10.20 07:00|수정 2022.10.20 09:36
    연말 이후 4대 금융그룹 회장·CEO 35명 인사 시즌 돌입
    재판 승소한 조용병 회장·손태승 회장 연임 여부도 관심
    함영주 회장 '첫 인사'…박성호 행장·이은형 대표 연임 및
    KB생명과 통합 앞둔 민기식 푸르덴셜 대표 거취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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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4대 금융그룹의 계열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가 무더기로 다가오고 있다. 대내외 금융 환경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데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가려질 예정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 임기가 만료되는 4대 금융그룹 계열사 CEO는 총 35명에 달한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각각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을 포함해 10명의 계열 수장 임기 만료가 차례로 돌아온다. KB금융그룹은 계열 수장만 10명이고, 이어서 하나금융그룹 5명 순이다.

      금융권에선 우선 내년 주총에서 연임 여부를 묻게 될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은행과 카드, 증권, 생명, 운용 등 핵심 계열사 수장 전반에 대한 인사는 물론 지주 회장의 3연임을 결정해야 한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부정 채용 관련 혐의가 무죄로 판결 나며 사법 리스크를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 전 증자를 통해 외부 투자자를 추가로 모셔온 데다 최근 신한금융이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만큼 연임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실적 전망에서도 순풍이 불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연간 기준으로 신한금융이 1위 금융지주사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3분기 중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차익 3220억원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3분기 역성장을 우려하는 KB금융과의 격차가 두드러질 거란 평이다. 

      동시에 조용병 회장의 3기를 앞두고 계열 CEO에 대해 실시할 인사 및 부회장직 신설에 대한 관심도 높다. 부회장직을 신설할 경우 마찬가지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수년 동안 시장의 예상을 깨고 외부 출신 임원을 CEO로 발탁해왔다. 지난해 연말에도 주주환원에 무게를 둔 쇄신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연초에는 김상태 전 미래에셋증권 IB총괄 사장이 신한투자증권 GIB총괄 각자대표 사장으로 합류했다. 

      새로 영입한 CEO와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와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영창 대표와 김희송 대표는 지난 연말 인사에선 1년씩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이 밖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하며 출범한 신한라이프를 맡고 있는 성대규 대표의 1년 임기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예정이다. 모두 비이자 수익 부문에서 그룹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 자리로 꼽힌다. 

    • 올해 횡령 사고로 홍역을 치른 우리금융그룹도 내년 주총에서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가 가려질 예정이다. 손태승 회장 역시 지난 7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에 대한 금융감독원 징계 취소소송 2심에서 승소하며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 들어 시장 상황이 급변한 탓에 역설적이게도 은행업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그룹의 실적도 선방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동시에 손태승 회장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계열사 대표도 올해 말부터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연말에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와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를 시작으로 내년 1월에는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의 임기가 끝난다. 각각 지주사 전환 실무와 비은행 인수합병(M&A)을 책임졌던 인사였던 만큼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앞두고 진행될 인사에서 주목도가 높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당분간 비은행 M&A 성과에 대해서는 보류하고 있는 분위기로 파악된다"라며 "현재 비은행 부문이 큰 금융그룹 전반이 증권과 보험 등에서 발생한 손실로 실적을 깎아먹고 있는 만큼 역설적이게도 최근 합류한 외부 투자자 입장에선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그룹은 경쟁 그룹에 비해 임기 만료를 앞둔 수장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발탁된 박성호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의 연임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적지 않다. 

      하나금융그룹의 올 연말 인사는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지는 정기 인사로 통한다. 박성호 행장과 이은형 대표, 권길주 대표 모두 김정태 전 회장의 마지막 임기가 시작될 때 수장 자리에 올라 내년 3월 전후 연임이 가려진다. 이번 인사에서 함영주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드러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 전반이 내부통제 미비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박성호 행장은 우리은행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부담도 지고 있다. 다만 전임 지성규 행장에 이어 또 다시 2년만에 교체한다면 조직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주 회장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 시즌의 하나금융그룹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거란 분위기다.

      증권사 최연소 CEO인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 역시 박 행장과 마찬가지로 전 회장 대에 이뤄진 깜짝 인사로 꼽히는 만큼 연임 여부를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하나증권의 경우 주력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부실 우려가 증권가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회장-부회장-행장 및 계열사 대표로 이어지는 안정적 지배구조를 마련한 만큼 올해 인사에서 비교적 주목도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보험의 통합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관련 인사에 시선이 집중될 예정이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5월부터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내년 1월 합병 법인 출범을 앞두고 올해 말 민기식 대표의 연장된 임기가 종료된다. 올해 첫 임기를 시작한 이환주 KB생명 대표와 민 대표 중 한 명이 통합 법인의 새 수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2019년부터 4년의 임기를 소화한 KB증권의 박정림ㆍ김성현 공동대표 체제가 유지될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