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가 카카오 아닌 IT업계 비극이라는 카카오 CEO
입력 2022.10.19 15:28
    취재노트
    사임 밝힌 남궁훈 대표 “이번 사태, 카카오만이 아닌 IT업계 불행”
    다른 SK C&C 입주사 네이버는 데이버센터 분산 덕에 빠른 정상화
    ‘데이터센터 셧다운’ 컨티젼시 플랜 전무…카카오만의 반성도 필요'
    데이터센터 추가 예산·비금융권 DR센터 건립 등 방지책엔 모호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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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IT 전반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업계 재발을 방지하려면 카카오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또한 카카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19일 카카오 대국민 사과간담회, 남궁훈 카카오 대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해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은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내 대표 IT 회사인 카카오마저도 데이터센터 화재 하나에 모든 서버가 마비됐으니 그 외 IT회사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카카오가 아닌 IT업계의 문제로 보고 사건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 순수하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화재가 난 SK C&C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 외에도 네이버 등 20개의 사업자가 입주해있다. 네이버도 이번 화재로 인해 쇼핑라이브 등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으나, 4시간여만에 정상화됐다. 카카오는 SK C&C 데이터센터에 메인 서버를 두고 4개 센터에 분산한 반면, 네이버는 6개 센터에 분산하고 SK C&C 데이터센터에는 전체 트래픽의 10%만 처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완전 정상화가 되지 않은 카카오와는 현저히 대비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SK C&C 데이터센터에 3만2000대의 서버가 있는데, 어제까지 1만대 서버에 전원 공급이 되지 않았다”며 “오늘 새벽에 1만대에 추가로 공급되면서 다음 메일이 (오늘) 새벽 6시에 복구됐고 국민 대다수가 쓰는 서비스는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보조전원장치 없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전력을 끌어와 쓰고 있기 때문에 작은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책임회피?’ 일차적 원인은 SK…복구 지연은 개발자 도구 이중화되지 못한 탓

      이번 사안의 일차적 원인은 SK 데이터센터에 있다고도 밝혔다. SK C&C와의 구상권 청구 공시 관련한 질문에 홍 대표는 “이번 사고에 일차적 원인은 SK C&C에 있기 때문에 논의하는 수순은 예정된 것으로 보여서 공시한 것”이라며 “다만, 현재 SK와 구상권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이번 화재의 진원지인 SK온 리튬배터리를 겨냥한 발언도 내놓았다. 홍 대표는 “화재가 발생한 리튬배터리는 SK온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튬배터리는 원래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리튬배터리를 보조전원장치로 쓰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남아있다”고도 말했다. 

      서비스 장애 사태의 복구가 지연된 원인은 데이터 이중화 조치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 있었으나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데 있다”며 “이는 판교데이터센터의 운영이 안정화된 후 2개월 안에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서비스 장애 사태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대표는 “직접적인 원인을 밝히는 건 쉽지 않지만, 간접적인 원인은 (카카오가) 우선순위에서 경중을 잘못 판단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가 셧다운된 적도 없었고 이 경우를 가정하고 개발자의 도구 이중화 등 컨티젼시 플랜도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밝혔다. 데이터센터의 미비한 이중화 조치를 이번 사태의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히며 책임소지를 회피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대목이었다. 

      남궁훈 대표만 사임한 배경을 묻는 질문엔 “IDC(인터넷데이터센터) 관리의 책임이 제가 맡고 있는 조직 중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있어 조직 구조상 제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사임 후에는 재발방지위원회 소위에서 위원장을 맡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책임을 지고 그만두기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쪽에 방점을 찍고 ‘IT업계’에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 (사진=이지연 기자)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이지연 기자)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데이터센터 건립은 사고 전에 계획…사고방지책 설명엔 모호한 답변만

      카카오는 4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중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는 2024년 데이터센터의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간략히 설명 드리겠다”며 갑자기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하기도 했다. 화면에 띄운 내용에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현황 및 방재계획’에는 두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구성,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 등이 상세히 설명됐다.

      발표 이후 “해당 데이터센터 건립은 이번 사태 이전에 계획된 것 아니냐. 추가 예산 편성은 없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홍 대표는 “예산과 인프라, 인력 등 여러가지를 확충할 것이며 비용 산정은 해봐야겠지만 미리 얼마를 하겠다고 (예산을) 잡진 않았다”고 말했다. 

      재난복구시스템(DR) 센터 구축 계획에 대해서도 답변도 명확하지 않았다. 서버를 분산하고 자체 데이터센터 및 DR센터가 있었던 카카오뱅크는 이번 장애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었다. 홍 대표는 “금융권은 법에 의해서 (DR센터 건립을) 하게 돼 있어 카카오뱅크도 이번에 피해가 없었다”며 “비금융권에서 DR시스템을 구축해야 할지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감독청’과 같은 별도의 안전조치 기구도 필요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전감독청이 있어도 계열사들이 판단해야 하며, 설치를 강제하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각 계열사들이 투자유치를 받으며 각자도생으로 성장해온 카카오의 성장방식을 감안할 때, ‘카카오’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유효할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