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운용, '모험투자' 반복하다 상반기 초대형 적자…김동원 부사장의 '역발상'이 손실 원인?
입력 2022.10.24 07:00
    상반기 지분법손실만 646억원
    벤처 투자 등에 따른 여파란 평가
    자금의 원천은 한화생명•손보 고객의 보험금
    김동원 부사장 신사업 이끌며 투자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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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올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운용사들 가운데 거의 최하위 수준 실적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수수료 장사를 하는 운용사가 대규모 손실이 날 이유가없다보니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무제표와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한화운용이 앞서 단행한 자기자본으로 모험 투자한 부분에서 손실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자산운용 자기자본의 상당 부분이 한화생명의 자금이란 점에서 결국 보험금으로 고리스크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한화가 차남인 김동원 부사장이 이런 투자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우려했던 일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화자산운용은 1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장사를 못한 건 아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두 배 늘어난 38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자산운용의 운용규모(AUM)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한화생명이 자산운용을 한화자산운용에 일임하면서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도 커졌고, 이를 통한 수수료 수익도 늘어났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이익이 증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화자산운용은 지분법적용투자주식손상차손으로 646억원을 인식하며 영업익 증가에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상위 10곳 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지분법적용투자주식손상차손은 한화자산운용이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곳에서 손실이 났다는 의미다.

       알려진 바로는 한화자산운용이 출자한 벤처투자 펀드에서 손실이 난 점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자산운용이 이러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화생명의 지원이 있었다. 지난 2020년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에 5000억원 증자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자본규모가 2000억원 수준에서 7000억원으로 증가하며 자본규모 기준 국내 2위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게 된다. 

      증자에 대해 한화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충된 자금은 본업 경쟁력과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투입해 경쟁력 있는 해외 운용사를 인수 합병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올해 4월에도 한화생명이 5000억원을 증자해 자기자본 규모가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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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해당 증자 이후 한화자산운용은 해외운용사 인수 대신 한화생명과 함께 대규모 펀드조성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2020년 11월에 조성한 아시아그로스펀드다. 해당 펀드는 한화자산운용이 1000억원,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25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펀드다. 아시아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모험자본 성격의 투자를 단행하는 펀드다. 

      2017년 이후부터 벤처성 투자의 규모를 늘리기 시작한다. 한화자산운용이 2021년 동남아시아 핀테크 플랫폼인 '그랩 파이낸셜 그룹'에 3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리드한 것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랩 파이낸셜은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유니콘인 그랩의 금융 플랫폼이다. 한화자산운용이 시리즈 A투자 라운드에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한화자산운용은 한화생명과 함께 한화 라이프스타일 펀드 등을 조성하고 뮤직카우 등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결국 이런 투자들이 금리 인상과 하락기를 맞는 주식시장 속에서 투자 손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화자산운용이 투자 손실로 인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한다"라며 "구체적인 내역은 알지 못하지만 다만 문제가 있다면 기획검사 등을 통해서 확인해 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자산운용 측은 "자기자본 투자에서 일부 손실이 났을 뿐 확정손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100조원에 이르는 만큼 일부 벤처투자성의 운용 내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체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고리스크 투자가 궁극적으로 보험 가입자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펀드를 조성하고 해당 펀드에 한화자산운용,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들이 수천억원을 출자하는 자금의 원천은 고객의 보험금이다. 

      한화자산운용 증자에 들어가는 자금도 궁극적으론 한화생명에 가입하는 고객의 보험금이다. 그러기 때문에 보험사나 자산운용사의 자산운용을 감독 당국은 엄격하게 관리하고, 보험사들은 보수적으로 자산운용을 한다. 한화자산운용의 대규모 평가손도 이런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란 평가다. 물론 벤처투자를 통해서 대규모 수익을 거둘 수는 있지만 문제는 고객에게 돌려줄 자금이 이런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보험사나 운용사 등이 해외 벤처투자에 나서는 사례 역시 드물다는 평가다. 운용사들은 대부분 수수료 사업을 하는 만큼 해외 모험자본 투자를 단행할 자기자본 여력이 없는 데다 전문 투자인력도 부족한 탓이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미래에셋 등 대형 운용사나 대기업 계열사가 힘을 합쳐 펀드를 조성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외 벤처투자를 위한 수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별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펀드라는 수단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보험사가 펀드에 출자해 개별기업에 벤처성 투자를 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해외 보험사나 국내의 삼성생명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금을 통해 안정적인 국공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을 한다. 보험금이란게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에겐 보수적인 자산운용이 이제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보험사의 운용규모가 100조원이 넘어서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는 눈에 안 띌 수 있지만, 벤처 투자의 특성상 회수가 될 가능성이 없음을 염두해 둬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란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한화생명을 비롯한 한화금융계열사가 이러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김동원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금융사업을 맡으면서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의 차남인 김동원 부사장은 2014년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하며 2017 한화생명 디지털 혁신실 상무, 2019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 2020년 전무 승진, 2021년 부사장 승진 등 한화생명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핀테크 등 신사업 투자를 김동원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 팔아놓은 고금리 상품에 따른 이차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벤처투자를 단행한 '역발상'도 김 부사장이 주도했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가 펀드를 조성해 벤처 투자를 단행하는 의사결정은 월급쟁이 CEO나 CIO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벤처투자를 한다고 하나 그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면 결코 작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