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챙기려 채권 늘린 토스뱅크…금리상승 여파에 운용 손실 ‘불가피’
입력 2022.10.26 07:00
    토스뱅크, 상반기 채권 투자규모 약 20조원 넘어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비교사들과 월등한 차이
    대출규모 유지 위해선 고유동성자산 확충 불가피
    예수금보다 채권 택한 토스뱅크…운용 손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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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토스뱅크가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채권투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힘쓰는 가운데 토스뱅크는 예수금 유치 대신 채권투자 규모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인터넷은행 3사간 경쟁뿐 아니라 시중은행의 디지털 플랫폼 격차가 줄어드는 가운데 토스뱅크가 자칫 건전성 관리에서 한 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상반기까지 토스뱅크가 투자한 채권 규모는 약 21조652억원에 달한다. 앞서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같은 시기 보유한 원화 유가증권이 각각 8조9246억원, 3조6590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가장 높다. 토스뱅크가 올해 들어 고유동성자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채를 중심으로 유가증권 자산을 가파르게 늘려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는 지난 2분기에만 약 7조원 이상의 국채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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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토스뱅크가 채권투자 규모를 늘린 데는 기존에 내준 대출금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여타 은행들과 달리 예수금 대신 채권투자를 선택했다는 점이 다소 다른 전략이다. 최근 급격히 인상되고 있는 금리 탓에 예수금을 늘리기에는 이자를 내줘야 하는 부담이 컸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LCR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 마련이 시급하다. LCR은 향후 한달 동안의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 비율을 의미하는 수치로, 은행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얼마나 갖췄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통상 고유동성자산은 현금성 자산, 예수금, 채권 등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항목들로 구성된다. 대출규모가 늘어나면 고유동성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현금성 자산이나 예수금, 채권 등으로 채워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내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권과 같은 고유동성자산을 늘려야 했을 것”이라며 “토스뱅크가 최근 채권투자를 많이 내주면서 내부적으로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토스뱅크가 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투자에 따른 ‘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평가액은 떨어지기 때문에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의 건전성을 규제하는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BIS 비율이란 은행권에서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평가하는 산식으로 당국에서는 최소 8%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보유 채권을 중간에 처분하기보다는 만기까지 보유하는 매도가능증권으로 잡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매년 자본금에 반영을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은 채권 보유량이 많기 때문에 평가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단기매매증권 비중이 높다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매도가능증권은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자본금에서 바로 차감돼 BIS 비율과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 유동성 비율 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리스크가 이전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시장이 대내외적 요소로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는 탓이다. 과거 저금리 시대와는 달리 은행권에서 앱 편의성이나 사용자인터페이스(UI), 사용자경험(UX) 등의 디지털 요소로만 고객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나 인터넷은행은 충성고객이 기존 은행보다 적다는 점 역시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 지점 방문 고객이 많았을 당시에는 은행의 브랜드 네임에 따라 예치금을 옮기는 사례가 적었다. 하지만 은행권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늘어나면서 손쉽게 은행을 바꿔가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적정성이나 유동성 등 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직접적인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앱으로 쉽게 예치금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금리가 올라도 은행을 손쉽게 바꾸는 사례가 많다”라며 “몇 년 전만 해도 신한이나 우리, 국민은행의 앱이 불편해 인터넷은행 사용자들의 충성심이 높았지만 지금은 시중은행들도 앱이 상당히 개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금번에 늘어난 채권투자 역시 유동성 규제 비율 산식의 분자에 해당하는 고유동성자산에 모두 포함되는 항목”이라며 "채권 평가손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계획대로 잘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