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vs SK, 데이터센터 화재 2라운드 예고...투자유치 SK온 '불똥'
입력 2022.10.26 07:00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발화 지점 UPS 리튬이온배터리
    홍은택 대표 "배터리는 SK온 제품, 리튬배터리 화재에 취약"
    업계 "배터리 원인 단정 일러"…민감한 '안전성' 이슈 건드려
    SK온 "입장 없다", 책임 전가성 발언에 언짢은 배터리 업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여파가 SK온까지 퍼지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SK온이 만든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가 지목됐고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에서 SK온 제품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논란의 불씨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가 화재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SK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카카오가 SK온을 직접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단 지적도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SK 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의 전기실에서 보관하고 있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튄 뒤 화재가 발생하자 내부에 설치돼 있던 자동소화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모습이 CCTV에 담겨있었다. 

      발화 지점이 리튬이온배터리이지만 현재로선 명확한 '원인'을 단정지을 순 없다. 정확한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배터리 감식을 맡겨 결과를 기다려봐야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에 불꽃이 튀는 건 노후화했을 수도 있고, 외부 충격에 의해서 분리막이 찢어지며 자체 발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현장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19일 대국민 사과간담회에서 배터리 제조사로 SK온을 언급했고 SK온에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화재가 발생한 리튬배터리는 SK온 상품"이라며 "리튬배터리는 원래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리튬배터리를 보조전원장치로 쓰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한 전문가는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자기 회사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배터리 ESS에서 발생한 것이니까 데이터센터 입주사인 카카오는 직접 상관이 있는 구조도 아닌데 '그런 것 같더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건 면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사실 배터리 화재 문제는 관련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안전성과 직결된 만큼 단 한 건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투자자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책임 여부에 따라 조 단위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 있어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유치나 상장 등 조달을 앞둔 기업들은 특히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전지 사업의 분할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화재 문제가 발목을 잡았던 전례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이후 약 1년 간 현대차와 GM에 각각 수 천억원의 충당금을 제공했다. 당시 관련 업계에선 충당금 협상 과정에서 일부 고객사와의 갈등 우려도 상당했는데 사업 확장 국면에서 경영진이 조달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썼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졌다.

      SK온은 자사 제품을 '불난 적 없는 배터리'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해왔다. SK온은 올해 3월에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2'에서 "지금까지 전기차에 3억개 배터리 셀을 탑재하는 동안 화재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2조원 규모의 프리IPO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저격성 발언’은 SK온에 큰 타격일 수 밖에 없다. SK온 측은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밝힐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SK C&C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룹 차원의 대응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는 시점에서도 두 회사의 주장이 다르자 SK C&C는 통화기록 화면을 공개했다. 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두 차례나 이상상황을 감지했다는 언론사 보도에 대해 SK C&C는 즉시 ‘BMS 배터리 그래프’까지 공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SK C&C 측은 "BMS 정보가 그래프에 다 남는데 그런 기록도 없었고 BMS 경고가 없었기 때문에 담당직원이 현장을 찾아가 조치한 일도 없었다"며 "BMS 정보는 공개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회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그래프까지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