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우려 강타한 4대 금융지주 실적발표회
입력 2022.10.26 10:11
    전 계열사에 부동산PF 손실 확산될라…관련 질의 잇따라
    4대 금융지주, "손실액 크지 않다"…시장 불안감에 선 그어
    현재 손실액 작더라도…"얼마나 증가할지 불확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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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_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3분기 실적발표회(IR)에선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여파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컸다. 자금 경색으로 PF 부실화가 진행된다면 증권사, 캐피탈사 등 금융지주 전 계열사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4대 금융지주는 주기적으로 PF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며 "대체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4분기부터 부실 우려가 본격화됐기 때문에 아직까진 드러난 부실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이날 참석한 국내외 증권사 연구원들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부동산 금융 손실 가능성에 관심을 쏟았다. 이에 부동산PF 익스포저 규모 및 리스크 평가 대응책에 관한 질의가 집중됐다.

      부동산PF 자금줄이 막히며 증권사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진 만큼 제2금융권을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에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은 부동산PF가 향후 실적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 목표가를 6만원에서 5만8000원으로 하향한 바 있다. 6월 말 현재 집계된 PF 대출 규모는 1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그중 제2금융권의 PF 대출은 73조원3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4대 금융지주는 전체 부동산PF 대출 중 문제 사업장 비율이 낮아 "잘 관리되고 있다"고 시장의 불안감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PF 관련 리스크 관리도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부동산PF 대출이 많다고 알려진 하나금융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계열사 임원이 각각 입장을 밝히며 최근 불거진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정승화 하나증권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는 "하나증권 우발채무 규모가 타 증권사 대비 높았던 것은 상반기 대형 인수금융 10건 때문"이라며 "우발채무는 9월 말 기준 3조9000억원으로 6월 말(4조9000억원) 대비 1조원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본PF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분양률을 대부분 달성했고 일부 미달성도 대부분 우량 건설사와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정한 만큼 채권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기동 하나캐피탈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전체 금융자산 15조원 중 부동산PF 잔액은 6954억원, 브릿지론은 2000억원 규모다. 본PF와 브릿지론을 합산해 대략 9000억원의 익스포저가 있는데 연체 중인 사업장은 전남 순천 50억원 규모, 인천 남구 주안동 40억원 규모뿐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PF 관련 손실액이 시장의 우려와 달리 작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신한금융도 부동산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200억원에 그쳐 손실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CRO는 "그룹 전체 총여신에서 부동산PF와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율은 2.3% 정도"라며 "전체 부동산PF, 브릿지론을 전수조사했을 때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잘 관리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 약세와 함께 부각될 소호대출 관련 리스크에 대해서도 연체율이 낮아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태경 신한금융 CFO는 "부동산 시장 약세가 지속될 경우 소호대출이 취약해 보일 수 있지만,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 주로 대출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가계보다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일반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09%인데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이보다 낮은 0.04%다"라고 말했다.

      KB금융은 부동산PF 대출에서 현재 요주의 사업장은 0.68% 비율에 그쳐 손실 규모가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임필규 CRO는 "부동산PF와 브릿지론을 다 합친 익스포저는 약정금액 기준 15조원 정도로 실제 일어난 잔액은 9조5000억원이다"라며 "이 중 요주의 사업장은 1070억원 수준으로 0.68%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최근 다시 전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5조원 중 기한이익상실(EOD) 280억원이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관련 이슈가 있는 사업장을 100% 손상 인식했다"며 "코로나19가 종결되고 마이애미, 산테모니 등 한 때 부담이었던 해외 호텔 부동산이 정상화되고 있다.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커지는 시그널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역시 증권가에서 우려하는 만큼 부동산 손실액은 "크지 않다"며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모습이었다.

      정석영 우리금융 CRO는 "그룹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1.8조원인데 이 중 1조원은 은행 쪽이고 전혀 부실이 없는 상태다. 우리금융캐피탈 및 우리종합금융이 나머지(8000억원)다. 전체적으로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건 400억원이고 충당금 200억원 적립한 상태다"라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브릿지론 익스포저는 크지 않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일각에선 4분기부터 자금시장 경색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부동산 관련 손실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금융지주는 현재 인식한 부동산PF 손실 규모에 기반해 설명하기 때문에 얼마나 손실이 늘어날 것인지 전망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시장은 부동산PF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의 최대 규모를 가늠하려고 하고 있는데 사실상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부동산 시장 약세가 지속되는 한 4분기에도 관련 질의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향후 금융지주들이 부동산PF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부동산 시장 자금 경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리스크 부서와 각 사업부서가 한도 관리 측면에서 현재의 수준(부동산PF)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