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SK하이닉스 "내년 투자 50% 이상 줄인다"
입력 2022.10.26 11:32
    3분기 영업익 전년比 60% 줄어든 1조6556억원
    D램·낸드 수요 부진…"전례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
    올해 투자액 10조원대…내년 올해보다 50%이상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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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반토막 이상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투자를 줄이고 생산량도 조절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6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0.3% 감소한 1조6556억원이라고 밝혔다. 매출액은 10조9829억원으로 7%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2조1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부진한 실적의 원인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D램과 낸드 수요가 부진한 점을 꼽았다. SK하이닉스는 “전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D램과 낸드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며 “원가 절감폭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개선했지만, 가격하락세가 더 가팔랐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없는 시황에 직면했다고도 진단했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투자액을 감안하면 내년엔 수조원 수준으로 투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투자 축소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의 투자 축소로, 올해 말 예상되는 업계 재고 규모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생산증가를 위한 웨이퍼 투자도 줄이고 공정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노 사장은 “당사의 내년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보다 줄어들고 선단 공정 비중도 계획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수요를 주도하는 제품인 DDR5, LPDDR5, 고대역폭메모리(HBM3) 등에 대한 필수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과 투자 감축 발표에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투자 축소와 감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는 “현재 수준으로는 시설투자는 50% 정도를 조금 웃도는 수준의 감소를 생각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시설투자 감소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일부 검토하고 있다”며 “장비와 인프라 투자는 비례해서 줄이고 D램보다는 낸드의 투자 감소 폭이 조금 더 많으나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재고 수준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재고 수준은 평균 대비해서 높고 내년 1분기 정도가 피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객들도 재고 소진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고 공급단에서도 생산 여력이 줄어든다면 업계 재고 수위는 점차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재고자산 손실은 2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시장의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D램 생산 빗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운턴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메모리 사업자 입장에서 생산,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D램의 경우 특정 시나리오에서는 생산 빗그로스까지 줄어드는 상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전략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SK하이닉스 측은 중국 우시 내 D램 공장과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 내 장비공급이 가능하도록 미국으로부터 1년간 유예를 받아 허가 없이 반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1년이 지나고 유예조치가 연장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비상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중국 공장의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최악의 경우 공장 매각, 장비 매각 및 한국으로 반출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고, 이는 매우 극한적인 상황을 감안한 비상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여러 제약 조건들에도 불구, 쉽게 생산거점을 옮기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특정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사업 방식이 통했지만, 갈수록 각종 제약으로부터 오는 불확실성이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생산 거점 다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필수불가결한것으로 보여지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생산거점에 대한 큰 변화 주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