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 후폭풍…거래는 절벽인데 오너 재출자는 봉쇄, 메자닌은 투자조합으로
입력 2022.10.28 07:00
    사모펀드 이원화 제도 개편 1년
    기관전용 사모펀드 투자처는 대폭 늘었지만
    개인 참여 금지 조건에 사실상 오너 거래 유인 줄어
    강화한 LP 요건에 기업 PEF 출자 수요도 '뚝'
    개인·기업 LP 참여 못하자 신생·중소PE 펀드레이징도 난항
    메자닌 투자 수요는 느는데, 빛 못보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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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의 투자 범위를 사실상 폐지한 자본시장법이 개정(2021년 10월 21일)한지 1년이 지났다. PEF의 투자처와 투자기법은 다양해졌지만 M&A 시장엔 한파가 닥친지 오래다.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에 금융 기관들이 돈 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PEF 운용사들의 자금모집(펀드레이징) 상황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사실 자본시장법 개정안 도입에 다수의 운용사들이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나타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PEF의 분류체계를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일반사모펀드와 기관들만 출자가 가능한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이원화한 것이다.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춘 개인투자자가 최대 100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일반 사모펀드는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대신관리감독 및 사후 규제에 관한 내용이 오히려 공모펀드와 유사한 형태로 강화했다.

      이 때문에 기존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운용하던 다수의 운용사들은 대부분 기관전용PEF로 등록한 후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기관전용사 모펀드의 유한책임사원(출자자; LP)는 연기금, 공제회 및 금융기관 등으로 제한된 상태다.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개인출자가 사실상 제한되다보니 과거에 종종 찾아볼 수 있었던 거래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일례로 기업의 오너가 보유한 구주 일부를 PEF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 일부를 PEF에 재출자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사실 이 같은 방안은 창업주가 당장의 현금을 확보함과 동시에 기업 경영에 일부 관여하면서 기업가치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추후 더 큰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M&A 거래의 유인을 제공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국내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오너가 구주를 매각하고 매각 대금 일부를 인수측 PEF에 재출자하면서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노림과 동시에 기업가치성장에 도움을 줄 수 효과가 있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LP의 유형에 따라 구획을 정해놓으면서 개인의 출자가 제한된다는 점은 창업주 또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거래가 어려워지게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소형 운용사 또는 신생 운용사들의 경우 기업체 오너 또는 자산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경영참여형(바이아웃) 거래 실적을 쌓으며 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턴 이같은 소규모 운용사들이 등장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이 아닌 일반 기업체 또는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면 얼마든지 기관전용 사모펀드 설립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작업이 필요하다. 최초 논의됐던 상장회사만 출자할 수 있도록한 개정안은 논의를 거치며 비상장회사도 출자자로 참여할 수 있게 완화했으나, 최근 1년 이상 500억원 이상의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갖춘 법인(비상장회사 대상)만이 그 대상에 포함됐다. 상장회사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잔고 100억원 이상을 보유해야하고, 금융투자협회에 별도로 등록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 역시 일반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운용사들의 자금모집이 어려워진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에 금융기관들이 대체투자부문에 대한 출자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깐깐해진 LP 등록 요건 또한 최근 PEF 신규 설정액이 크게 줄어든데 기인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PEF 신규 설정액은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에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PEF 운용사 한 대표는 "일반 기업체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의 금융투자상품을 보유한 곳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신생PE나 중소형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은 훨씬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과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적용받던 투자 대상별 지분 10% 이상 출자 및 이사 선임 필수와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대출 및 부동산 개발 투자와 메자닌 상품의 투자도 가능하다.

      사실 자금을 필요로하는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에쿼티 투자는 물론 메자닌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지분율이 희석하지 않으면서 회사에 신규 자금이 흘러들어올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과 협상을 통해 확정 수익률을 일부 보장 받을 수 있고, 추후 기업가치 상승으로 인한 에쿼티 상승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이 같은 개인투자자 제한과 LP들 요건이 강화한 탓에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메자닌 투자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에 상대적으로 LP요건에 대한 제약이 덜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또는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벤처투자조합)을 비롯한 조합 형태의 투자자에 출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구주 거래와 신규 메자닌 투자가 혼합한 M&A 거래의 경우 기관전용사모펀드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관이 손잡고 참여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PEF의 투자 대상이 확대했고, 실제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투자 기법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지만 기대만큼의 시장 확대와 활성화는 가시화하지 않았다"며 "물론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도 존재하지만 보다 세밀한 법개정을 통해 PEF 운용사들의 저변이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