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3분기 실적 '이변없이' 빨간불...채권 손실에 PF 우려 겹쳐
입력 2022.10.28 07:00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실적 발표…투자손실 지속
    자기매매손실폭 대체로 큰 편…채권투자 손실 탓
    증권사별 트레이딩 전략 판단에 따라 희비 엇갈려
    부동산PF도 신규 수익 기대 어려워…대출 중단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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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일부 증권사들의 분기 실적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이어 3분기 역시 부진한 실적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7월을 제외한 두 달 동안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진 데 따라 채권투자 관련 손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증권사들의 ‘수익 부서’로 꼽혀온 IB(투자은행) 사업부서 역시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기업가치 하락 기조로 지지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발표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지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자기매매 부문 수익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은 3분기 누적 상품운용손실이 약 1017억원으로 적자폭이 가장 컸다. 작년 같은 기간 1470억원의 이익이 났던 점을 감안하면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43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236억원에 비해 약 절반 가까이 수치가 감소했다. 

      하나증권도 3분기 영업이익이 73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줄었다. 특히 자기매매손실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작년 동기 437억원의 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실적이 감소했다. 신한지주 계열인 신한투자증권도 자기매매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5% 줄어든 2226억원을 냈다. 

      상품손익이나 자기매매 부문의 경우 금리 급등과 맞물리며 채권투자 손실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증권사별로 채권 투자규모나 시장 대응 전략이 다른 만큼 이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다소 차이가 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최근 채권 트레이딩 부문에서 프랍 쪽을 육성하기 위해 부서 규모를 늘리며 채권투자에 다소 힘을 실어왔다”라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금리 급상승 여파가 맞물리며 채권 트레이딩 손실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상반기와 달리 7월 동안 주식시장이 반등한 데다 금리가 다소 하락한 데 따라 채권 포지셔닝을 잡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견이다. 일시적인 반등기를 겪었지만 8월부터는 다시 금리 상승기조로 접어들어 누적 기준 손실폭을 만회하기가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7월 동안 잠시 베어마켓 랠리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도 있는데 그 뒤 곧바로 금리 상승 기조로 접어들어 결국 3분기 전체 실적으로 보면 손익 감소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시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고 포지션을 취했다면 손실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트레이딩 담당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부서도 한숨이 늘고 있다”라며 “회사채를 찍어 놓으면 숨만 쉬어도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라 회사 차원에서도 가만히 있는 것이 돈 버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공개(IPO), PI(자기자본) 투자 등 불과 몇 개월전만해도 증권사 ‘효자’ 수익부서였지만 현재는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최근 새마을금고,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등 주요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부동산 PF 대출을 중단하고 나섰다. 증권사가 주선하는 주요 부동산PF 거래(딜)들은 대부분 대형 금융기관이 대주단 역할을 한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관련 신규 딜 수수료 수익이 당분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신규 PF 규모가 급감하면서 IB 관련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트레이딩이나 상품손익 역시 9월부터는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