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한화 먹여 살리고(?) 있는 삼성그룹 빅딜
입력 2022.10.31 07:00
    이재용 회장, 2014년 그룹 이끈 후 한화·롯데와 빅딜
    삼성은 '1등 안될 사업' 정리했지만 한화·롯데엔 날개
    한화, 테크윈 받아와 방산 및 승계작업 중추로 키워
    재무부담 큰 롯데케미칼, 삼성 빅딜 덕 완충작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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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4년 본격적으로 그룹을 이끈 이후 한화그룹, 롯데그룹과 빅딜을 잇따라 진행했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의지였는데 이를 받아간 한화와 롯데는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다. 인수 사업의 실적은 개선됐고, 산업 주기 위험도 완충할 수 있게 됐다. 각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서 승계작업의 최전선에 있다는 점도 닮아 있다.

      2014년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석유화학 부문을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들여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화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인수 주체로 나섰다. 삼성과 프랑스 탈레스와 합작사 삼성탈레스 지분 50%도 딸려 왔는데, 이후 탈레스측 지분까지 사들여 100% 계열사로 편입했다.

      삼성그룹은 당시 이재용 회장이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시기였다. 1등이 되기 어려운 사업들을 정리해 그 자금으로 삼성전자의 핵심 역량을 보강하겠다는 의지였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던 사업이라 내부에서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과감히 결단을 했다. 총수일가간 친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다.

      삼성테크윈은 이후 한화탈레스, 한화시스템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룹내 사업 조정 및 분할 작업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됐다. 김동관 대표가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방산, 항공사업의 중간지주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절반인 1조원을 부담한다. 태양광 이후 그룹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방위 사업의 핵심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지난 8월 폴란드 군비청과 3조원대 K9자주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 수주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조원에 달하는 수주 잔고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빅딜 당시 삼성테크윈이 가지고 있던 삼성탈레스 지분 50%도 확보했다. 이후 프랑스 탈레스의 지분 50%도 사들였다. 삼성탈레스는 한화탈레스를 거쳐 2016년 한화시스템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5000억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작년 1조2000억원 규모 자본을 확충하며 그룹의 우주항공 사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삼성종합화학은 한화종합화학을 거쳐 지난해 한화임팩트가 됐다. 회사는 PTA(고순도텔레프탈산) 생산, 태양광발전소 개발 및 운영, 수소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는 한화종합화학 인수 당시 자금 부담 때문에 삼성 측 지분 24.1%는 인수하지 못하고 남겨뒀다. 약속했던 상장 작업까지 무산되자 작년에야 1조원에 잔여 지분을 사왔다. 회사는 그룹 승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화 3형제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한화에너지가 한화임팩트의 최대주주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빅딜로 삼성그룹이 준비하던 수소사업 조직과 인력이 통째로 한화로 넘어간 바 있다”며 “한화가 국가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방산과 화학 사업을 가져온 것이 신의 한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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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롯데그룹은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이후 롯데첨단소재) 등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3조원 가까운 자금을 주고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이 인수 주체로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호남석유화학의 후신으로 그룹 화학·소재 사업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 기반이자, 후계자 신유열 상무가 몸담고 있는 승계 작업의 핵심 회사다. 그룹 내 위상이 커지는 만큼 짊어져야 할 짐도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그룹 확장의 선봉으로써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서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 최근 불안한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로서 증자 및 대규모 자금 대여 부담까지 얹어졌다. 해외에서는 오랫 동안 대규모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성적표도 신통찮다. 본업인 기초소재 사업은 원료가격 상승,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초호황기이던 몇해 전만 해도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올렸지만, 이제는 갈수록 변동성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롯데첨단소재가 하던 합성수지, 인조대리석 등 첨단소재 사업은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고 수요도 안정적으로 발생한다.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사업이 부진할 때 완충작용을 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다.

      롯데정밀화학도 롯데케미칼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케미칼부문 주력 제품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수요도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설비 보수에 들어간 덕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셀룰로스계열 제품을 생산하는 그린소재 부문도 수출 증대, 가격 인상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의 최대주주(6월말 37.77%)긴 하지만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분율만큼의 실적만 연결로 잡히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자금 부담에 시달리면서도 롯데정밀화학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며 지분율을 43.5%까지 끌어올렸다. 궁극적으로 종속회사로 편입하거나 합병해 우량한 실적을 온전히 반영하려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원래 주력인 기초소재사업은 최근 마진 축소, 수요 부진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삼성에서 사온 기업들로 지금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