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자이언츠의 우승은 롯데지주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입력 2022.10.31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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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가을야구가 한창인 요즘, 눈에 띄는 공시가 등장했다. 롯데지주가 27일 롯데자이언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90억원 유상증자를 의결했다는 내용이다. 롯데자이언츠가 보통주 196만4839주를 추가로 발행하고, 이를 롯데지주가 주당 9670원에 사주기로 했다. 롯데자이언츠는 앞서 지난 7일 무상감자를 단행하고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관련 내용이 뜨자 스포츠 관련 매체들은 기사들을 쏟아냈다.

      ‘롯데지주, 롯데자이언츠 전방위적 지원 강화’, ‘롯데, 자이언츠 우승 전폭 지원’, ‘FA 큰손 복귀 예고’, ‘동빈이 형이 움직인다’ 등등

      롯데자이언츠는 확보한 자금으로 선수 계약 및 영입 등 선수단 관리에 집중하며 경기력 향상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첫 행보로 지난 26일 팀의 간판 선발 투수인 박세웅과 FA에 준하는 다년 계약(5년 총액 90억원)을 체결했다. 실탄을 확보했으니 올겨울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포수, 유격수, 투수 등 취약 포지션에서 자금력의 우위를 앞세워 영입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이미 롯데자이언츠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번 유증에 대해 롯데지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프로야구 구단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이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구단의 미래 역량 확보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자금지원 후에도 롯데자이언츠와 소통과 협력을 확대하며 차기 시즌을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지원이 일회성이 아닐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롯데자이언츠의 정규시즌 성적은 64승 4무 76패, 승률 0.457을 기록하며 8위에 그쳤다. 구단 명성과 팬심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게다가 간판 타자 이대호가 은퇴한 시즌이기도 하다. 한때 ‘엘롯기’ 동맹을 맺기도 했던 LG트윈스나 기아타이거즈가 가을야구를 맛본 것과 비교된다. 거기에 유통 라이벌 신세계의 SSG랜더스가 일찌감치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 한국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속이 쓰릴만도 하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이 구단의 재건 의지를 갖고 대대적인 투자를 하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된다. 다만 롯데지주 투자자들이 이번 유증을 어떻게 볼지는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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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뜩이나 롯데그룹은 돈 들어갈 일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졌고 이에 롯데건설은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주주들을 대상으로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건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롯데케미칼로부터 단기로 5000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코리아세븐에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에도 2000억원 가까이 투입한다. 

      시장에서도 롯데지주의 재무부담 증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지주는 2020년 이후 계열사 지분 추가 인수 및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차입금이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6월말 별도기준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51.5% 를 나타내는 등 자체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관련해 롯데지주의 재무적 지원 가능성도 열려있어 신용도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때문에 롯데지주(AA) 신용등급이 하향검토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지주사로서 롯데지주가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는 명분이 있어야 주주들도 이해할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투자 및 롯데케미칼 지원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으로, 롯데건설에 대한 계열사들의 지원은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전이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이해할 수 있다.

      롯데자이언츠에 투자한 190억원이 롯데지주가 여타 계열사에 투입하는 돈 규모에 비하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그룹 전반적으로 돈 쓸 데가 많은 상황에서 나온 소식이다보니 이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국 명분 얘기다.

      일례로 “롯데자이언츠가 우승한다고 롯데지주의 주가가 올라갈 거냐”는 거다. 롯데자이언츠 팬들, 또는 부산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롯데지주 주주들은 “오너의 취미 활동에 회사 돈을 쓰는 게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만큼 시절이 하 수상한 때고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