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기근' 스타트업 시장서 주목받는 LG유플러스
입력 2022.11.02 07:00
    2015년 이후 본격 움직여 24곳 투자…올해만 10곳 집중
    대형 SI 출현에 반색하는 한편 적극성 독 될 거란 우려도
    "몸값 꺾일 때 거품 줄이겠단 업계 조정 노력 효과 못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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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자금 기근에 시름하는 가운데, LG유플러스의 투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들어 벤처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는데, 투자자들은 기존 전략적투자자(SI)들의 빈자리도 채워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올해 들어 10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2015년부터 투자한 기업이 24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행보가 상대적으로 분주한 면이 있다. 투자 영역과 단계도 다양했다.

      LG유플러스는 본업인 통신사업 외에도 신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업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황현식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콘텐츠와 데이터 광고 분야에 대한 확장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투자는 B2B(기업간거래)와 콘텐츠 부문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이는 각각 LG유플러스가 영위하는 기업 인프라와 컨슈머 스마트홈 사업과 맞닿아 있다.

      실제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호두랩스(영어 학습), 에누마(수학 학습),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유아용 애니메이션), 째깍악어(교육 매칭 플랫폼) 등 교육 관련 기업에 자금을 넣었다. LG유플러스가 공들이는 영유아 콘텐츠 서비스 '아이들나라'와 사업 연관성이 있을 만한 곳들이다. 황 사장은 지난 9월 아이들나라 분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외에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레뷰코퍼레이션), 블로그 마케팅 중개 서비스(레뷰코퍼레이션), 광고 네트워크 기반 커머스 플랫폼(지니웍스), 소상공인 대상 경영관리(한국신용데이터) 등은 고객 풀을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 강화와 관련된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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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초 한국신용데이터 투자가 가장 이목을 모았다. LG유플러스는 시리즈E 라운드에 참여해 252억원을 투자, 지분 3.5%를 확보했다. 회사는 한국신용데이터 기업가치를 1조1000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지금까지 투자한 비상장기업 중 가장 높은 가치다.

      LG유플러스는 한국신용데이터와 비슷한 세무·매출 관리 솔루션(U+우리가게패키지)을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소상공인 POS·결제망·통신망 등 기능을 아우르는 구독형 소상공인 전용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구상 중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데이터는 투자 혹한기에 탄생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란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회사는 작년 시리즈D에선 기업차리 9000억원을 인정받았지만 올해 투자유치에 난항을 겪던 차였다. 대형 SI가 나서 후한 값을 쳐주니 업계는 물론 투자 주주 사이에서도 '생각지 못한 투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스타트업 시장은 금리 인상과 IT·테크 버블 붕괴 등 영향으로 유동성 기근에 시름하고 있다. 유니콘 목전에서 멈추거나, 이전에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반납하고 급전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았다. 민간 벤처 투자 시장의 한 날개를 담당했던 대형 인터넷기업들은 각종 구설에 지갑을 닫아가고 있다. 이런 차에 대형 SI가 나서주니 VC 시장에선 반색하는 분위기다.

      대형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올 들어 LG유플러스의 행보가 아주 적극적이다. 그간 업계 큰손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벤처펀드 출자를 크게 줄이면서 업계 분위기도 덩달아 시들했던 면이 있었는데, 올해는 LG유플러스가 새로운 대형 전략적 투자자(SI)로 떠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통신사들의 '탈통신' 움직임은 새롭지 않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투자회사를 선언한 SK텔레콤이나, KT에 비해 보수적으로 움직여 온 면이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작년까지 LG전자 사업 조정, SK와의 배터리 분쟁이 마무리 된 만큼 올해부터 LG유플러스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들의 활약이 요구될 시점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벤처 시장에선 LG유플러스의 행보를 반색하지만, 과한 적극성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G유플러스가 투자한 기업에 주주로 있는 한 투자사 관계자는 "스타트업 전반적으로 몸값이 꺾여야 할 구간인데, 업계에 밝지 않은 SI가 밸류를 후하게 쳐주면 거품을 줄이겠다는 업계의 조정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한다. 돈줄 마른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런 대형 SI의 출현은 물론 단비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높은 가치를 입증해내야만 한다는 점에서 마냥 달가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