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카드...조달비용 오르고 개인신판 집중 전략 '한계'
입력 2022.11.02 07:00
    3분기 성장 지속에도...주가ㆍ점유율 지지부진
    타 자산 줄이며 개인 신판 힘 실었지만 성장 정체
    수익성은 떨어지고 조달비용 급상승...역성장 불가피
    '점유율' 집중한 김대환 대표 임기 만료 눈 앞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핵심 수혜주로 꼽혔던 삼성카드의 기세가 눈에 띄게 무뎌졌다. 개인 신용판매(신판) 점유율 확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쳤고, 조달 비용 상승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주며 수익성은 뚝 떨어졌다. 주가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역사적 저점 근처까지 밀린지 오래다.

      이런 성적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대환 대표의 연임 여부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연임과 함께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까지 했지만, 올해 역성장이 점쳐지는데다 내년엔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삼성카드는 최근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3% 늘어난 4565억이라고 발표했다. 3분기 개인 신판은 17%늘어났고, 인당 취급고도 11% 늘었다. 대손율은 1.42%로 지난해 대비 29bp(0.29%포인트) 뚝 떨어졌다. 이익은 견조하고, 유동성은 양호하며, 올해 말 기준 예상 배당수익률은 무려 8%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 발표 전인 3만원대 초반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3분기 실적 발표 후 삼성카드 목표가를 이전 대비 9% 하향 조정했다. 

      겉보기에는 견실하지만, 경영 지표가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점유율 정체다. 삼성카드는 2018년 이후 공격적으로 개인 신판 점유율 확장 정책을 펼쳐왔다. 올해 초만 해도 개인 신판에 한정하면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를 앞지를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삼성카드의 점유율 확장 정책은 지난 2분기를 끝으로 성장세를 멈췄다. 신한카드를 2%포인트 격차까지 추격했지만 끝내 격차를 더 줄이지 못했고, 올 3분기에는 2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것도 아니다. 삼성카드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250억원대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는데, 이는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많은 규모였다.

    • 비용 대비 효율은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삼성카드의 카드 이용 회원 수 성장률은 1.3%에서 1.1%를 거쳐 올 3분기 0.9%로 하락 추세다. 인당 이용금액 성장도 멈췄다. 특히 3분기엔 전분기 대비 8000원, 0.8%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역성장과 다름없단 분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이용금액은 명목 지표로써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폭등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한다"며 "삼성카드의 개인 신판 규모가 전년대비 17% 성장했다지만, 이 기간 전체 개인카드 승인금액 규모가 15% 이상 늘었음을 감안하면 삼성카드가 장사를 잘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인 신판에 집중하는 성장 전략에도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최근 3~4년간 자동차금융, 설비리스 등 카드 외 부수적인 자산을 크게 줄여왔다. 2018년 13.8% 수준이었던 비카드자산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3.8%까지 줄어든 상태다. 삼성카드는 비카드 영역에서 아낀 서비스 및 마케팅 비용을 개인 신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효율화해왔다.

      문제는 개인 신판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 등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총 14차례나 하향 조정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핵심영업수익률은 2020년 2분기 15%에서 올 3분기 12.8%로 2년새 3.2%포인트, 21%나 줄어들었다.

      줄어드는 수익성을 외연 성장으로 커버해왔는데, 외연 성장이 멈추며 악화된 수익성만 표면에 드러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카드업계에서는 신판 점유율엔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며, 디지털이나 사업다각화 등 새로운 추세에 발 맞추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한때 리볼링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던 삼성카드가 최근 리볼빙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건 신판에서 떨어진 수익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금리의 압박도 실적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삼성카드 차입금 신규 조달금리가 3.47%로 급등하며, 총 차입금리가 전 분기 대비 17bp 급상승한 2.43%로 치솟았다. 3분기 금융비용은 11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카드의 카드채 잔액 금리가 분기별로 15bp 내외씩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달비용이 늘면 판관비 축소로 이를 상쇄해야 하지만, 삼성카드는 이미 비용 효율화를 통해 더 이상 줄이긴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로 인해 당장 올해 4분기부터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엔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리서치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해 대비 내년 감익 폭이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까지 제시되고 있다.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대외 이슈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연말 현대카드를 통한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하면 삼성카드는 물론, 카드업계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전망이다. 삼성카드가 사실상 독점 계약을 맺은 테슬라의 국내 진출 상황도 지지부진하다. 테슬라의 올해 9월까지 누적 국내 판매량은 1만3032대로 전년동기 대비 20% 줄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김대환 대표가 모회사인 삼성생명으로 복귀하고 싶어 점유율에 집착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큰 의미가 없어진 점유율 지표가 핵심 경영 목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