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으로 떨어지는 리츠 주가...주관계약 몸 사리는 증권사들
입력 2022.11.04 07:00
    지난 3개월간 리츠 주가 최대 20~30% 떨어져
    금리상승으로 금융비용 증가…부동산PF 여파도 영향
    리츠 주관사 열 올렸던 증권사들도 주춤…수임 거절도
    계열사 위주 주관계약 따거나 상장 시기 미루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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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공모리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 때 주관 경쟁에 열을 올렸던 증권사들의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그간 일부 증권사들은 리츠 전문팀을 꾸릴 정도로 공모리츠 주관을 맡기 위해 힘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며 리츠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너도 나도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이에 신규 리츠를 조성하려는 금융사들은 계열사 위주로 주관사를 꾸리거나 공동 주관사를 늘려 리스크 부담을 나눠지도록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1일 주요 공모리츠 주가를 종합해보면 지난 3개월 간 약 10%에서 많게는 30%이상 하락했다. 공모가인 5000원을 밑도는 리츠 역시 대부분이다. 리츠는 그간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며 연말을 맞아 주가가 탄력을 받아왔지만 최근 이례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으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츠는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금융 비용이 많이 든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이 커지면 그만큼 배당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리츠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가 커진 점도 리츠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개발사업 위주인 부동산PF 시장과 실물자산을 주로 편입하는 공모리츠는 차이가 있지만 ‘부동산’이라는 키워드 탓에 리츠 주가 역시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한창 공모리츠가 많이 상장됐을 시기 국내 국채금리가 1%대에 불과해 사실상 역사적으로 가장 저금리 시기”라며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선진국 리츠시장은 금리가 점점 하락하는 시기와 맞물려 발달해왔지만, 반대로 국내에서는 금리 최저점 시기에 리츠 시장이 태동해 금리 상승기를 맞닥뜨리게 돼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리츠 주관에 힘써왔던 증권사들도 걱정이 늘고 있다. KB스타리츠의 경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주관사인 KB증권이 수십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하반기 금리 상승기를 맞으며 기관투자자 청약 결과가 저조하자 결국 KB증권이 배정 물량 가운데 54.4%가량을 인수해둔 탓이다. 해외자산을 편입한 상장리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럽 실물자산을 담은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금리 상승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4.6%, 94.3% 하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리츠 주관계약을 공격적으로 따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인수물량이라도 있을 경우에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또 어려운 시장 상황 탓에 공모 과정에서 기관 및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물량을 세일즈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계열사 리츠를 제외하고 주관 영업을 꺼리고 있다. 최근 한화리츠는 한화투자증권과 대표주관 계약을 맺었고 대신글로벌코어리츠 역시 대신증권과 손을 잡았다. 삼성에프앤리츠는 삼성증권이 대표주관사로 나섰다. 과거 공모리츠 ‘붐’에 힘입어 증권사들은 한 때 주관계약 경쟁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제는 계열사 딜(거래)이 아니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 인수업무 규정에 따르면 부동산투자회사는 공모행위 주체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리츠는 일반기업 공모와 달리 계열사와 주관계약을 맺는 데 제한을 덜 받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신한서부티엔디리츠와 NH올원리츠를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았고 KB증권 역시 제이알글로벌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의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상장을 준비중인 스폰서 리츠인 롯데호텔리츠나 물류센터 위주의 다올물류리츠 등은 아직까지 주관사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열 증권사가 대표주관사 역할을 하더라도 공동 주관사를 여럿 두기도 한다. 인수 물량 부담을 나눠지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리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이 받쳐주는 스폰서 리츠도 인기가 많아 증권사들이 앞다퉈 주관계약을 따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그나마 계열사가 있는 리츠들은 상황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주관사를 잡기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