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혼란 속에도 ‘관행’ 덕(?) 본 LG유플러스
입력 2022.11.07 07:00
    취재노트
    비교적 저금리로 자금조달 성공
    주관사가 미매각 떠안은 덕분
    고객사 위한 관행에 손해 감수
    유동성 위기에 "부담스럽다" 분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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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채권시장에선 돈줄이 말랐다는 아우성이 커지는 가운데 LG유플러스(AA)마저 미매각을 경험하며 화제를 모았다. LG유플러스는 우량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그간 회사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LG유플러스 채권의 미매각은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배경으로는 낮은 발행금리가 꼽힌다. LG유플러스가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모으기 위해 제시한 가산금리밴드는 개별민평 수익률 대비 -25~+25bp(bp=0.01%포인트)다. LG유플러스와 동일한 등급의 우량 공사채도 100bp를 더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발행을 맡은 5곳의 공동대표주관사, 2곳의 공동주관사도 미매각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LG유플러스의 높은 신용등급도 이겨내지 못할 만큼 시장이 경색됐다. 미매각 물량 500억원은 주관사들이 십시일반 인수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사의 편의를 위해 증권사가 손실을 감수하는 일은 왕왕 있다. 대기업 네트워크 관리는 한해 장사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딜(Deal)까지 계산해둬야 한다. 그러니 기존의 네트워크는 더 단단히 하면서, 또 새로운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선 일종의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이번 LG유플러스 수요 예측에서도 금리 상단을 초과하는 수요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야 조금이라도 더 싸게 발행하면 좋다. 가뜩이나 시장 상황 악화로 채권 발행 금리는 매일같이 올라가는 중이다. 반대로 증권사들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 금리인상으로 각 증권사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가운데 대형 증권사도 자금 여력이 빠듯해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영업을 위해 손실을 떠안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 채권 운용 북에는 한도가 있어서 1~2개월 안에 셀다운(재매각) 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는다. 증권사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까지 대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대기업과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종종 손해를 감수한다. 미매각 인수도 같은 맥락"이라면서도 "그러나 증권사도 자금 사정이 여유롭진 않다. 전반적으로 유동성 관리가 화두에 오른 상황에서 대형사(증권사)도 미매각 인수가 부담스러운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