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결합 나선 KB라이프…외국계 보험사 색깔 지우기 나설까
입력 2022.11.07 07:00
    푸르덴셜·KB생명 본부별 통합 워크숍 진행 중
    양사 조직문화 판이하게 달라
    임직원 수 및 자산규모 면에선 푸르덴셜 우위
    KB금융 DNA 이식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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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보험이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화학적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 임직원들 간 접촉을 늘리는 중이다. 결국 관건은 KB금융이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 것인가다. 완전히 다른 색깔의 두 조직 간 통합이다 보니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미국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 색깔 지우기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은 본부별 '통합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모여서 통합사 비전과 전략 및 친목 도모 등 화학적 결합을 위함이다. 사실상 양사 부서 대면식인 셈이다. 이미 손발을 맞추고 있는 부서들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에는 양사 임직원이 모여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원라이프데이' 행사를 가졌다. 해당 행사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사장, 이환주 KB생명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자리를 같이했다.

      관건은 양사의 기업문화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푸르덴셜생명은 대표적인 미국계 보험사로서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는 전문 남성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및 자율성으로 대표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KB생명은 지주의 컨트롤 아래 체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로 대표된다. 그간 일하는 방식 등에서 양사의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이런 사내 문화 차이 등의 이유로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에 팔린 이후 인력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계 보험사의 문화를 선호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라이나 생명 등으로 이직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직원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에 미국계 보험사 문화, 복지 시스템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이직을 고려할 수 있는 곳이 라이나생명 정도기 때문이다. 그나마 라이나생명과 비견할 곳으로 메트라이프가 있지만 채용 규모도 크지 않고, 철수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이나 라이나생명 등은 과거에 판매한 수익성 좋은 상품을 기반으로 매년 안정적인 순이익이 발생한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은 3362억원의 순이익을, 라이나생명은 23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KB생명은 4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즉 상대적으로 이들 외국계 보험사는 영업에 대한 압박이 작고, 본사의 간섭이 크지 않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보험사를 선진 보험사로 생각하는 푸르덴셜생명의 일부 직원들 입장에선 KB생명보단 라이나, 메트라이프 등 외국계 보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업무방식, 영업 강도에서 국내사와 차이가 나는 점 등이 이들이 이직을 결정하는 이유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성향 및 일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보니 양사를 통합할 경우 어떤 조직문화를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나 푸르덴셜생명이 임직원 수에선 1.5배, 자산규모 면에서 2배 이상 KB생명보다 크다는 점에서 통합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가져가느냐가 관심사다.

      현재까진 업계에선 KB금융 경영진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생명의 합병과정을 보면서 'KB'문화를 이식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는 양사의 강성노조가 맞붙으며 여전히 화학적 결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신한도 오렌지라이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 입장에선 이를 반면교사 삼을 수밖에 없다.

      푸르덴셜생명 출신인 민기식 사장을 다시 불러 CEO 자리에 앉히고, KB금융 출신인 임근식 CFO를 앉힌 것도 장기적으로 KB금융의 DNA를 이식하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이 많다. CEO와 CFO의 KB금융의 문화를 이식시키기 위한 미션이 부여됐다는 것이다. 민 사장이 취임하고 조직 정비가 이뤄지는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통합법인의 사장이 누가 될지, 임원인사가 어떻게 날지가 KB금융이 추구하는 통합의 방식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 부서가 양사에 있다는 점에서 누가 부서장을 맡고, 해당 부서의 임원이 되느냐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 워크숍을 진행하면서도 임직원들의 관심사가 통합법인 인사에 쏠리는 이유다.

      다만 통합법인이 출범하더라도 푸르덴셜생명 출신 직원이 KB금융이 원하는 방식을 잘 따라올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KB금융으로 인수된 이후에 푸르덴셜생명 노조가 설립됐다. 아직 뚜렷한 활동은 없지만, KB금융에선 신경 쓰일 수 있는 이슈다.

      특히 일부 외국계 보험사 노조들은 주4일 근무제를 요구하는 등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들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가 생긴 푸르덴셜생명이 노조가 없는 KB생명과 통합과정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관계자는 "민기식 사장과 임근식 CFO가 푸르덴셜 생명 조직 정비에 나선 것으로 안다"라며 "결국 관건은 푸르덴셜생명에 어떻게 KB금융의 문화를 이식시키느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