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로 KT&G 흔드는 행동주의펀드…KGC 분리상장이 해답될까
입력 2022.11.08 07:00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KT&G 주가 저평가 상태"
    기업가치 제고 위해 "KGC 분리상장 후 에너지드링크시장 진출"
    갈라진 시장 의견에 지분율도 1% 안팎…제안 통과까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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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대 담배회사 KT&G가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을 받고 있다. 자회사의 분리를 통해 회사 가치를 제고하고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것이 주 골자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행보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KT&G도 이 같은 주주요구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시장에서도 주주서한에 의견이 분분하고 펀드사의 지분율이 1% 수준에 불과해 수용되기까지 난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안다자산운용은 2일 KGC 인적분할 상장 방안을 제안하는 공개주주 서한을 발표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의 주가 수준은 2007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2007년보다 약 3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라며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면 현재 KT&G 시가총액에는 KGC의 지분가치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KGC를 분할상장하고 KGC를 젊은 이미지로 리브랜딩 해 에너지드링크 사업에 진출하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인삼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분할상장하고 KGC 인삼 제품 이미지를 ‘몬스터 에너지’나 ‘레드불’처럼 바꾸면 젊은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그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70조원에 달하는 에너지드링크 시장에 진출하면 KGC 단독으로 2027년까지 매출 5조원, 기업가치 18조원 정도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NB(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집중 투자를 통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확보,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안다자산운용보다 앞서 싱가포르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도 KT&G에 비슷한 내용의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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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주의 펀드의 타겟이 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FCP가 제안서를 발표한 당일(26일) KT&G의 주가는 전날보다 3.8% 오른 9만2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30만~40만주 수준이었던 거래량도 85만주까지 치솟았다. 이어 안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이 있던 2일에는 전날보다 2.27% 오른 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세는 계속 이어져 4일에는 52주 신고가(9만67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KT&G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켓이 된 적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KT&G에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경영에 적극 참여했다. 이후 칼 아이컨은 1년 2개월만에 주식 약 700만주를 매각해 44%의 수익률을 올렸고 배당금 124억원을 합해 15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주주서한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KT&G의 주가가 저평가된 건 맞지만 KGC 분리상장이 기업가치 제고와 연결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KT&G 같은 필수소비재보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성장주가 주목 받기 때문에 그동안 KT&G의 주가가 눌려 있었다”며 “거기에 코로나로 면세점 실적이 꺾이고 주요 수출국이던 이란마저 미국 제재로 환율이 눌리면서 수출 상황마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긴 하지만 최근 팬데믹 상황도 풀리고 수출이 늘어나는 등 악재가 거둬지니 담배와 인삼 부문의 회복세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풍이 불면서 담배회사가 외면 받아왔다”며 “HNB도 ‘덜’ 해로울 뿐 결국 담배인데 KGC를 떼내면 담배사업부만 남게 돼 ESG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GC의 이미지를 젊은 층 타깃으로 리브랜딩해 기업가치를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그 방법이 에너지드링크 시장인지도 설득력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담배 시장이 궐련형 담배에서 HNB로 바뀌고 있는 만큼, 주주서한대로 HNB에 대한 투자와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3분기 KT&G의 HNB 시장 점유율은 48.5%다. 2017년부터 아이코스를 필두로 필립모리스가 1위를 지켜왔는데 올해 KT&G가 앞질렀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KT&G가 HNB 글로벌 유통망을 필립모리스에 의존해서 쓰고 있다”며 “국내에서 단기간 내에 시장점유율을 따라잡았던 것처럼 자체적인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하는 투자를 한다면 해외 수출에서 수익성을 더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G가 주주서한을 받아들여 KGC를 분할할지는 미지수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의 KT&G 지분율은 1%를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의 1·3대 주주는 정부기관인 국민연금(7.55%)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6.93%)이다. 외국계 2대주주인 퍼스트이글(7.12%)를 비롯한 FI(재무적 투자자)와의 연합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당장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KT&G는 3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주주서한을 이사회에 보고했고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하겠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주주들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의견 제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주주 의견에 대해서도 내용을 확인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4일엔 2023년 2월3일까지 자사주 370만주 취득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의 전일 종가(9만4500원) 기준 3497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