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실의 시대' 준비하는 로펌들…세종·화우 NPL 전담 TF 출범
입력 2022.11.09 07:00
    "NPL 큰 장 들어선다"…대형로펌 대응 움직임
    자금 회수 난도 높아지며 차주-대주간 갈등↑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도산 위험…법률 수요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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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 NPL) 시장이 대폭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형로펌도 조직개편 등 대응에 나서며 분주한 분위기다.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화우는 부실자산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최근 법무법인 세종은 금융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부실자산관리 및 위기대응팀(이하 부실자산관리팀)'을 발족했다. 금리 급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채권 및 실물시장의 부실 사례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대체투자그룹장인 이석 변호사(연수원 26기), 금융그룹장 장윤석 변호사(연수원 30기), 도산팀 팀장 최복기 변호사(연수원 30기)를 주축으로 2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법무법인 화우는 부동산금융 전문 변호사인 박영우 팀장(연수원 32기)을 주축으로 부실채권 TF를 가동 중이다. 부실채권과 관련한 법률 수요가 증가하면서 팀 구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규모는 법무법인 세종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기관의 자산 상당수가 부실화될 것으로 예상돼 대형로펌의 대응 움직임이 분주하다는 해석이다. 

      그간 '일감 가뭄'에 시달렸던 대형로펌들의 기업구조조정 및 도산팀이 수요 증가의 호기를 맞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형로펌의 기업 구조조정 및 도산 팀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부실채권 매물이 감소하자 인력을 축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국내외 금융기관이 돈줄을 죄면서 회수가 불투명한 자산(NPL)들이 대거 매물로 출회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기관들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회수가 어려운 자산들을 대거 할인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로펌 입장에선 NPL 거래 증가에 따른 다양한 법률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마다 대형 로펌엔 일감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법무법인 율촌은 경쟁 대형로펌보다 설립이 다소 늦었지만, 외환위기 시대에 밀려드는 NPL 거래를 처리하면서 대폭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희웅 율촌 변호사가 리먼브라더스의 우리은행 부실자산 1조2000억원 인수를 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로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는 부동산개발 및 PF대출이다. 기존 대출의 경우 계약서상 EOD(기한이익상실)에 해당하는지 의견서를 쓰는 일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PF 금융계약에서는 다양한 사유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해당하는데 차주가 제공하는 자료가 사실과 다르거나, 상환금 대비 차주의 현금흐름이 부족한 경우도 포함된다. 

      PF대출, 공사계약 및 관련 소송에 대응할 필요성도 커졌다. 자재 및 인건비 급증으로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 사업주, 시공사 및 대주 간 분쟁이 빈번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금융기관들의 PF대출 자제 기조로 대출 만기 연장 및 리파이낸싱을 두고 차주와 대주간 힘겨루기가 증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석 세종 변호사는 “현재 각종 부동산개발사업의 브릿지 대출의 연장 불가 및 PF대출의 불발 등으로 인한 차주나 시공사로부터의 자문 의뢰가 늘어나고 있고, 리츠업계로부터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 REIT)의 설립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경색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 도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영 율촌 변호사는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겨 흑자 도산 위험이 발생하는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라며 "특히 공모사채 등으로 시장에서 상당한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의 경우 순식간에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어 선제적 구조조정 필요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로스 디폴트란 하나의 채무계약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다른 채무계약의 채권자도 연쇄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올해까진 관망세였던 인수·합병(M&A)거래가 내년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무 여력이 충분한 해외자본, 대기업이 부실기업 인수에 나서면 인수·합병(M&A) 법률 자문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국내 대형로펌들은 이베이(eBay)의 G마켓 인수, 미국계 사모펀드 KKR의 OB맥주 인수 등 굵직한 M&A 거래를 자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