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추진권은 남았지만…'요지부동' 이마트에 속타는 쓱닷컴 FI들
입력 2022.11.11 07:00
    FI, 2019년·2022년 두차례에 걸쳐 1조원 투자
    GMV 및 IPO 요건 달성…풋옵션 사실상 소멸
    FI, IPO 주도권은 있지만 실적 개선 쉽지 않아
    이마트, FI 전략에 미온적…FI 회수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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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에스지닷컴(이하 쓱닷컴) 재무적투자자(FI)들은 1조원을 투자하며 회사가 상장(IPO)에 나서도록 독려할 장치를 만들었지만 이는 유명무실해졌다. IPO를 주도할 권리는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선 증시의 문을 두드리기 쉽지 않다. FI들은 언제든 상장에 나설 수 있도록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길 바라지만, 신세계그룹은 평판위험을 무릅쓰고 쓱닷컴 가치를 부풀릴 이유가 없는 터라 FI들의 회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 등 쓱닷컴 FI들은 2018년 쓱닷컴에 최대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 7000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초에는 잔여 투자금 3000억원을 추가로 넣어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렸다. FI는 내년까지 쓱닷컴 총매출(GMV)이나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이마트, 신세계)에게 보유 주식을 사달라 청구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확보했다.

      쓱닷컴 GMV 기준은 5조1600억원인데 이는 이미 작년(5조7174억원)에 넘어섰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PO위원회가 선정한 두 곳의 IB로부터 IPO가능하다는 의견도 받아 사실상 풋옵션 부담이 사라졌다. 내년에 극적인 GMV 역성장이 일어나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되더라도, FI가 챙겨갈 수 있는 금액은 원금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스 수익률이 확정되는 셈이다.

      FI 입장에서는 쓱닷컴이 증시에서 좋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최선이다. 풋옵션을 행사하기는 어려워졌지만 IPO를 원하는 대로 추진할 수 있는 권리는 아직 가지고 있다. 버거킹, 락앤락 등 포트폴리오 관리에 골치가 아픈 어피너티나 거품이 빠지는 IT·테크 투자 비중이 높은 BRV 모두 쓱닷컴에서 빨리 회수 성과가 나길 바랄 상황이다. 지금은 증시가 좋지 않지만 언제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질지 모르니 미리 쓱닷컴의 실적을 관리해둬야 한다.

      FI들은 이마트에 쓱닷컴의 실적을 가시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칠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가격비교 사이트 등에 단가가 높은 가전제품 등을 적극 노출시키면 추가적인 GMV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FI들은 쓱닷컴의 기업가치 상승이 최근 주가 부진에 시름하는 이마트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의 처지는 FI와 사뭇 다르다. 이미 풋옵션 부담도 거의 사라진 터라 IPO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올해 초 FI의 추가 투자 역시 회사가 요청한 게 아니라 FI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쓱닷컴의 단기 실적을 개선해두면 증시가 반짝 살아날 때 IPO를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 증가 효과는 없고, 단순히 ‘숫자’를 만드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상장 후 주가라도 빠지면 여론의 공분을 살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는 쓱닷컴의 본원적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단해 FI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쓱닷컴에 힘을 실어줄 경우 이마트와 신세계의 파이가 줄어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플랫폼 성격 기업들의 가치는 작년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거래액 규모만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도, 실적을 몰아준다고 단기간에 쏠쏠한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도 쉽지 않다.

      이마트나 쓱닷컴 입장에선 큰 부담요소가 아닌 FI의 회수를 위해 무리하느니, 장기적으로 보고 당분간의 성장세 둔화를 감수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팔 것도 아니라 쓱닷컴이 증시에서 높은 가격을 인정받는다 한들 실익이 많지 않다. 최근 이마트의 주가 부진은 아쉽지만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에 육박하니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위협을 걱정할 상황도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쓱닷컴 FI들은 잠시라도 장이 좋을 때가 오면 회수하기 위해 어떻게든 실적 분칠을 하길 바라지만 이마트는 FI의 제안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FI가 IPO를 주도할 권리를 가지고는 있지만 당분간 회수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