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급감한 현대엔지니어링…부동산 침체, PF 위기 속 점점 멀어지는 증시입성
입력 2022.11.11 07:00
    현대ENG, 원자재값 상승에 영업익 감소
    영업이익률도 1%대
    상장 재추진' 논의 물살?…"내년까진 힘들 듯" 평가
    부동산시장 침체에 미분양도 우려
    PF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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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증시 입성 시기가 점점 늦춰지는 모양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도 크게 꺾였다. 상장을 추진했던 올해 초와 비교해 건설 업황이 크게 악화했고, 향후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유인할 만한 요인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가량 하락한 2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7%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은 올해들어 1%초반까지 크게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율 악화와 일부 해외 현장의 비용을 반영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일단 상장(IPO) 재개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2월 코스피시장 입성을 목표로 상장 채비에 나섰지만,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100대 1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결국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필요한 과정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상장주관사 측도 재추진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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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입성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제일 큰 난관은 건설 업황의 침체와 그 회복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에 대한 건설사들의 불안감이 확산했고,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값이 상승하는 등 건설업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현대엠코를 인수한 이후 국내 주택·건축사업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2020년 34.4%였던 국내 주택·건축사업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36.2%까지 늘었다. 2월 상장을 시도할 당시에도 기관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모회사인 현대건설과 유사하게 주택건설 비중을 늘리는 것에 주목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대구 등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났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주택 공급 목표치의 달성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한 부동산 PF 관련 관계자는 "올해 중순에는 경북지역에 위치한 부동산들 중 입지가 좋은 곳들도 미분양이 났는데 최근에는 경기권도 불안한 상황이 됐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채권 시장의 경색으로 건설사가 보유한 PF 관련 우발 채무 또한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거나 공사가 지연돼 책임준공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의 우발채무가 발생하게 된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착공 사업장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당장 우발채무 현실화에 대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PF 관련 우발부채는 7600억원 수준이다. 한신평 측은 "미착공사업 비중이 48.7%로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대부분 서울권역에 위치해있어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판단했다.

      경쟁사 기업가치 하락은 상장 과정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건설 업황의 악화로 상장 건설회사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채비를 돕던 주관사 실무진 중 일부가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재도전을 위한 준비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IB부서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재도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년까지는 증시 입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인다"라며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자금회수(엑시트)를 위한 상장이 아닌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상장인 만큼 기업가치 눈높이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업황이 전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 기관들을 설득하기는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