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0억달러 신종증권 상환 앞둔 한화생명…대주주 지원 여부에 촉각
입력 2022.11.14 07:00|수정 2022.11.15 10:17
    한화생명, 내년 4월 10억불 콜옵션 행사시기 도래
    현금성자산 넉넉지 않고…고금리 차환 발행 부담될 것
    흥국생명 사례 감안하면 대주주 유상증자 가능성 거론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신뢰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4월 10억불(한화 1조35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한화생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체적으로 상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유상증자 등 대주주로부터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채권가에서 가장 큰 이슈는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이었다. 당초 행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가, 이를 한 주 앞두고 행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예상치 못한 행사 연기에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결국 금융당국이 나섰다. 흥국생명은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하고 이를 은행이 인수하는 형식으로 해당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태광그룹도 출자 등을 통해서 지원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RP발행은 결국 단기 유동성 공급이란 차원에서 궁극적으로 대주주인 태광그룹의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다. 당장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만을 담는 해외 펀드들 사이에서 국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신뢰도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외국계 로펌 출신 변호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사의 콜옵션은 사실상 무늬만 콜옵션이지 투자자에겐 풋옵션으로 인식된다"라며 "즉 갚기로 한 날짜에 채무상환을 유예한 꼴이니 국내외 투자자 중 앞으로 누가 국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투자를 하겠냐"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 4월 1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해야 하는 한화생명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해당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지난 9월에는 7억5000만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려고 했으나, 투자수요 부족 및 금리 부담으로 발행을 연기한 바 있다. 흥국생명 발 콜옵션 행사 논란으로 투심은 더욱 얼어붙고 금리 상승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상환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한화생명은 자체 자금으로 1조3500억원 규모의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4560억원(6월 반기보고서 기준) 수준이다. 보험사 유동성 이슈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해당 자금 중 상당부분을 신종자본증권 상환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는 제약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화생명측은 대주주 지원 필요성이 현재 없다는 입장이다. 9월말 기준 16조원의 외화자산 중 일부를 매각해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해당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금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두 외화자산으로 매칭해 운영 중이다"라며 "이를 내년 1~3월에 매각해 상환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내년 4월 10억달러 신종증권 상환 앞둔 한화생명…대주주 지원 여부에 촉각 이미지 크게보기

      다만 이는 자산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의 계획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글로벌 자금경색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흥국생명의 방안을 참고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RP발행을 통해서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대주주의 증자 약속을 받는 형식에서 당국과의 소통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감독당국 관계자는 "결국 흥국생명이 했던 방식대로 RP 발행 등을 통해서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까 한다"라며 "건물이나 손보 매각 등을 추진하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고, 증자는 피하고 싶어 할 것이란 점에서 시간 확보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에선 보험사 자본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대주주 증자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의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157% 수준이다. 자체 자금으로 10억불의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게 될 경우 이 비율은 더 떨어지게 된다. 150% 정도가 감독당국 권고치란 점에서 RBC비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리게 된다.

      내년 새로운 건전성 제도인 신지급여력비율제도(K-ICS, 킥스)가 도입되기는 하지만 실제 적용이 가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변수다. 한화생명은 내년 4월 콜옵션 행사 시점을 맞이한다. 적어도 한 달 전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3월 말에는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시점에 1분기 기준 건전성 비율이 확정되기는 어려워 킥스보다는 기존 RBC 비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콜옵션 행사 시기가 애매한 시점에 걸쳐져 있어 한화생명은 이를 두고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킥스 기준으로 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조기상환에 따른 건전성 관리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계리 전문가는 "킥스가 시행되면 건전성 비율 부담은 다소 줄어들지만,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게 될 경우 보완적 자본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킥스 적용 하에서 건전성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10억달러 신종자본증권 상환 후에도 킥스 비율은 감독당국 권고 수준인 150%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RBC비율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상환 시점과 무관한 규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외화자산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끊이지 않았던 한화손보 매각이 추진될 것이란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대주주인 ㈜한화에 손을 빌리는 것보다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택한다면 결국 63빌딩 등 건물매각이나 한화손보 매각 등의 선택지가 현실적인 까닭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으로 자금소요가 크다. 또한 증자를 할 경우 금융을 담당하는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그룹 주력사업을 관할하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 손을 빌리는 꼴이된다. 계열분리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한화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의사결정을 피하고 싶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가능한 모든 자산이 매각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수면아래에서 있던 한화손보 매각이 자본확충을 위해서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해 2월 해외 ESG후순위채권 7억5000만달러, 올해 6월 국내 후순위채권 4천억원의 자본조달을 선제적으로 완료했다"며 "자회사 및 부동산 등 기타 자산과 유상증자 등은 현재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