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 밖에 난 국가대표…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임기를 지킬까
입력 2022.11.15 07:00
    취재노트
    태풍 힌남노 대응부실 부담 장기화
    최정우 회장 거취 놓고 소문 분분
    지배구조 구축 후 최대 위기 맞아
    개인 고발건 부담…후임 하마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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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지 두 달이 됐어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둘러싼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최 회장은 여러 뒷말에도 마이웨이를 걷고 있지만 이번엔 재해 대응에 실패했다는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정부가 관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거나 회장 후보군이 좁혀졌다는 소문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최정우號 포스코를 둘러싼 잡음은 적지 않았다. 경영 성과도 있었지만 해운업 진출, 지주사 전환 등 독단적인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산업재해, 성범죄, 노동문제 등 잡음은 계속됐다. ‘국가대표 기업’을 강조하며 ‘국민기업’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건설·조선 등 다른 산업군에선 포스코의 상생 의지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최정우 회장의 입지는 공고했다. 악재가 있을 때마다 모습을 감췄고, 작년엔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후 임기를 마치는 사례가 없었다지만, 올해는 지주사 전환까지 이뤄내 상황이 달라졌다. 사외이사진에 기대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놨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변수가 됐다. 기록적인 폭우로 포항제철소 가동이 멈추며 막대한 손실이 났는데, 안이한 준비 태세가 도마에 올랐다. 최정우 회장은 태풍이 상륙하기 직전 골프를 쳤고, 상륙한 날엔 예술행사에 참석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날선 질타가 이어졌다. 최 회장은 일찌감치 대책본부를 가동했고, 제철소 피해는 제철소장의 책임이란 취지의 답변을 했지만 비판만 키웠다.

      올해 ‘국민기업’이 아니라는 포스코의 변심이 괘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상에는 부합하니 크게 문제삼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부실대응’은 그룹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 하는 논란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최정우 회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고, 여기저기서 자진사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들여 지주회사라는 방벽을 세워놨더니 자연재해가 정부와 여당, 지역사회와 시민단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를 만든 형국이다. 여론이 좋지 않으니 정부도 이번에는 가만히 있기만은 어려울 것이란 관전평이 나온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쌓인 원성들도 포스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최정우 회장을 둘러싼 시장의 언급도 미묘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이번 정부 초기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냐’ ‘정부 바뀌면 눈치껏 물러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등 이야기는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조만간 사임한다고 하더라’ ‘여당에서 이번엔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벌써 후임자 후보가 2~3명으로 압축됐다’ 등 소문이 돌고 있다. 포스코 사정에 밝은 한 전직 관료도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달 세계철강협회 제 44대 회장으로 취임했고, 이번달 2일에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사장 등 포스코그룹 경영진과 함께 서울 강남구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를 보면 최정우 회장이 임기를 내려놓을 의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진위가 어떻든 그룹 정기 인사를 앞둔 시기니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지배구조가 완성된 민간 기업에 관여하는 것이 부담이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에 명시적으로 활용할 카드도 없다. 그러나 정부의 의중이 인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민영화된 기업들의 사장이 바뀔 때마다 어떤 인사, 어느 라인이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돈다.

      권력이 마음을 먹으면 기업의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고도 인사에 영향을 행사할 수단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정당국이 마음먹고 개인의 비위를 걸고 넘어지면 버티기가 쉽지 않다. 정권 교체 후 자리를 유지하려다가 수사 압박에 사퇴한 민영화 기업 수장들의 사례는 많았다. 한 인사는 ‘사임 후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이 얽혀 있는 사건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 등은 최 회장과 임원들이 2020년 자사주 매입 당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며 고발했고, 검찰이 이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엔 최 회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번달엔 대법원의 판결에도 여전히 불밥파견 사내하청 근로자를 쓰고 있다는 이유로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