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내년 자산성장률 목표치 대폭 하향 조짐…영업 '속도 조절' 나선다
입력 2022.11.18 07:00|수정 2022.11.18 11:16
    금융지주, 자산증가율 목표치 낮추려는 움직임…내년도 경기침체 전망
    올해 들어 가계대출 큰 폭으로 둔화…기업대출은 위험가중치 높아 부담
    리스크 관리 위한 보수적 영업 기조…중장기적 미래 위해 포폴 조정 의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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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금융지주들이 향후 영업환경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내년 자산성장률 목표치가 대폭 낮춰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근 금융권은 연말을 앞두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 데 한창이다.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으로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융지주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하는 분위기다. 예컨대 총자산 성장률 목표치가 대체로 5% 수준이었다면, 이를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지주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이사회에선 그간 관성적으로 설정했던 목표 자산증가율을 낮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은 물론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등도 줄이라는 의미인데 향후 어려워질 경기전망을 반영해 위험자산 비율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자산증가율 목표치가 낮아진다면 이에 따라 내년도 영업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었다. 올해 상반기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6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커지자 대출 이용세가 급감한 것이다. 이에 금융지주 총자산의 핵심 비중을 차지하는 원화대출금 성장 폭이 예년만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업대출이 증가세라고는 하지만,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훨씬 높다. 게다가 자금경색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은행채를 통한 자기자본 조달도 수월하지 않다. 은행 입장에선 자본 여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영업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한 인터넷은행 임원급 관계자는 "그간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위험가중치도 낮아 자산을 늘리는 데에 부담이 덜했다. 그러나 기업대출은 위험가중치가 이보다 훨씬 높아, 자산이 늘어도 쓰지 못하는 돈이 많아진다.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기 때문에 자산증가율 측면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금융지주들은 건전성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자본 적정성 관리를 위해 투자은행(IB)사업을 자제하라는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은행 역시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2~3분기에 예금유치 경쟁에 총력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내년도 총자산 성장률을 속도 조절하면 자산건전성 관리에 힘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금융지주는 올해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수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은행권의 가계대출 의존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PEF(사모펀드) 운용사와 인수금융 거래를 확대하는 등 대출 다변화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과거 일본의 버블붕괴때의 모습을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일본은 경제 역동성이 줄어들면서 대출 수요가 급감했는데,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 되었단 해석이다. 이러한 일본의 역사가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시선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