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강행하면 증시 침체 우려... 과세 형평·소비자 권리 박탈 등 '문제 수두룩'
입력 2022.11.21 07:00
    금투세 시행 시기 두고 국회에선 갑론을박…증권가는 '혼란'
    섣부른 도입이 부작용 키운단 지적 나와…과세로 증시 침체 가능성
    채권투자와 주식투자간 과세 형평성이나 금융사 선택권 제약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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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강행 처리를 추진하다 갑자기 지도부에 공을 넘기는 등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업계에선 금투세가 '부자 감세'란 정치적 구호로 밀어붙이기엔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시행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로 쏠림이 나타나는 등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국회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예정대로 라면 내년 법 시행까지 불과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를 유예해야 하느냐를 놓고 여전히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20%(3억분 초과액은 25%)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선 해당 법이 시행되면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높아져 국내 투자 유인이 줄어드는 만큼 정기국회에서 세법 개정을 통해서 도입시기를 2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에서도 유예 목소리가 있는 만큼 해당 법의 시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이를 실제 준비하는 금융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금투세 시행되면 증권사는 세금을 원천징수해서 신고 및 납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스템 구축 및 관련 내부제도 정비 등이 필요한데 이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증권사로선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데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시스템 설비에 적극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시스템 준비사항이 다르고 법 시행 여부도 불투명해 다들 머뭇거리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실제 시행이 되면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금투업계에 나오는 우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부자 감세'란 문제점 아래 국내 주식, 채권, 파생상품 투자에 과세하겠다는 것인데 자칫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

      국내 투자의 매력 중 하나가 해외 주식투자 대비 세금 부담이 적다는 점인데 이런 이점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5000만원 이상 투자소득을 올리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하는데 주식시장에서 이들의 숫자는 적어도 이들이 움직이는 자금이 큰 만큼 이들이 빠져나가면 주식시장의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개미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이들에게 과세하면 결국 주식시장 침체의 영향은 모두가 받게 된다"라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거버넌스 이슈 등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자는 흐름이 있는데 이런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과세의 형평성이 거론된다. 주식투자는 5000만원까지 과세가 안 되지만, 채권이나 파생상품 등은 250만원까지만 과세가 안 된다. 최근에 자금 흐름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채권투자자는 소득이 발생할 경우 주식투자자 대비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금투세 대상이 소득이 발생한 투자에 한해서라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 이를 팔아야 하는 유인이 크다. 미국 등은 장기투자를 통해 노후 연금 소득을 만들도록 유도하는데 금투세는 단기투자로의 유인이 크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금융사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이 직접 증권사를 정해 기본공제를 신청하고, 해당 증권사에서 나오는 수익만 공제받을 수 있다. 여러 증권사를 이용할 경우 개인이 직접 공제 신청을 해야 한다. 

      당연히 개인들은 금투세 신고 시스템과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증권사로 모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증권사 이동뿐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간 연계가 강화하는 추세라 4대 금융지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이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금융지주로 금융소비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금융업계의 지형을 바꿀 만한 법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과세 전년도에 증권사에 공제신청을 해놓아야 하는 점도 특정 금융사로 금융소비자가 몰리게끔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예를 들어 과세전년도에 금융소비자는 증권사마다 자기가 받을 공제금액을 미리 신청하고 이 공제 한도 내에서 공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공모주의 경우 이를 받기 위해서 여러 증권사 계좌를 활용하게 되는데, 지정한 증권사에서 공제 신청을 해놓지 않았을 경우 세금을 납부하고 추후에 환급받는 까다로운 절차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 공제 신청을 한 증권사에서 팔지 않는 상품을 공제 신청하지 않은 증권사에서 가입할 경우에도 공제를 못 받게 되고 이 역시도 추후 환급받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는 한 증권사에 공제 한도를 몰게 되고, 그렇지 않은 증권사에서 수익이 날 경우 이를 일일이 환급받아야 하게 된다. 세무행정이나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란 지적이다. '부자 감세'란 이념 아래서 실제 시행되면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설명이다.

      금투세는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역임한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이 주도해 만든 법안이다. 20대 국회 시절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관심을 보이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경제 개혁 법안'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워낙 문제가 많다 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선 무조건 유예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유예하면서도 제도적인 보완 장치 추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