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IPO 얼어붙자 코넥스行 고민하는 바이오 기업들
입력 2022.11.21 07:00
    투자유치 어려운데 상장시장도 침체
    기술특례 심사도 까다로워, '코넥스 상장'이 대체재
    거래량 미미, 주가 상승 기대 어렵고
    "코스닥 이전상장시 발목", 코넥스 활성화 사업 폐지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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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자금줄이 막힌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을 충당하거나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비교적 상장이 수월한 '코넥스 시장 상장'을 그 대안으로서 고민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당초 금융당국이 코스닥 이전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등 코넥스 상장회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달라졌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코넥스 시장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활성화 사업 폐지를 권고했다. 당장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의 코넥스 시장에 상장을 고민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얼어붙은 상장 시장의 대안으로서 '코넥스 시장'을 고려하려는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 코넥스 시장은 중소·벤처기업 자금 조달 및 모험자본 중간 회수 지원을 위해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시장이다. 주로 코스닥 시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들 또는 사업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찾는 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코넥스 시장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 기술특례제도 등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충분히 상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란 설명도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외부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된 지는 오래다. 물론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크게 꺾인 것을 고려해 투자의 적기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기도 하지만 유동성이 말라가는 시점에 모험자본에 가까운 바이오 투자에 선뜻 나서는 투자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열위한 바이오 기업들이 주로 택했던 기술특례상장도 문턱이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모델 개발에 착수하면서 증권사들은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수의 실무진들은 기술평가 관련 심사가 과거에 비해 까다로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닥 시장과는 반대로 코넥스 시장은 금융당국이 나서 투자를 유도했다. 문제시되던 코넥스 상장기업 투자자격(기본 예탁금 3000만원 이상·소액투자 전용계좌 제도)이 폐지되며 거래대금 활성화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5월부터는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을 지원코자 '이전상장 컨설팅'을 진행하고도 있다.

    •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넥스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코넥스 시장의 거래대금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4억원에 달했던 일평균거래대금이 지난달 7억원대로 떨어졌다. 해당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지난 10월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대비 22% 감소했다. 특정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상장할 경우 주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들에)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수는 없지 않겠냐며 조언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등으로 코스닥 시장에 충분히 입성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는 (코넥스 상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9년 개정안에 따라 코넥스 상장 기업들은 전체 지분 5% 이상을 소액주주(일반주주)들이 보유하도록 해야 하는데, 거래가 많지 않다보니 해당 요건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넥스 시장 활성화 사업이 기재부로부터 단계적 폐지 권고를 받은 점도 변수다. 올해 7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던 해당 사업의 예산은 내년 4억원 수준으로 삭감된 상태다. 기재부는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를 통해 "코넥스 상장기업 수 급감 및 실집행률 저조, 구체적 법적 근거 미흡 등을 근거로 2년동안 유지 후 폐지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밝힌 상태다.

      국내 증권사 ECM 부서 한 관계자는 "올해 6곳만 코넥스 시장에 신규상장했는데, 해당 숫자만 보더라도 코넥스시장은 발행사, 투자자의 선호도가 낮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라며 "코넥스 상장기업의 재무상태가 대체로 코스닥 상장사에 비해 건전하기 어렵다는 점, 시장 자체의 거래대금이 적어 개별 종목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밸류를 낮춰서라도 코스닥 시장에 직상장하는 게 나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