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건설사도 위험하다…지속되는 부동산PF 공포, 은행권이 ‘최후의 보루’
입력 2022.11.22 07:00
    시장서 부동산PF ‘리스크’ 지속.
    건설사 및 증권사 유동성 위기 불거져
    은행권 매입하는 ABCP 등장이 관건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시장 위험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증권사나 시공사(건설사)가 신용보강을 내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건설사나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부도설’까지 거론되며 부동산PF 관련 리스크에 대한 공포심리가 조장되고 있는 탓이다. 

      다만 은행권에서 부동산 ABCP 매입 추세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증권사나 건설사가 보증한 기업어음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에는 증권사나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내주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은행이 매입확약을 내주는 ABCP부터 차차 위험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부동산PF 관련 자금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분주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에서 PF-ABCP 및 기업어음(CP)시장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매입 대상은 건설사 보증물과 증권사 보증물로 나눠 지원한다. 건설사 보증물에 약 1조원, 증권사 보증물에 1조8000억원으로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건설사와 중소형 증권사를 위주로 신용 리스크 위험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건설사 사업현장들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공포 심리가 만연하다. 사업장 별로 자금이 돌지 않은 곳은 다른 사업장 자금으로 틀어막는 이른바 ‘돌려막기’도 성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상황 역시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매각설이나 인수합병(M&A)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통상 부동산 개발사업은 중장기에 걸쳐 이뤄지는데 건설사나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내주는 유동화거래에서는 단기 자금조달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시행사는 PF 대출 만기 시점에 이를 차환해주는 과정을 지속해야 하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용보강 주체의 신용도다. 바꿔 말하면 건설사나 증권사에 대형 악재가 닥칠 경우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의 차환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2010년 이전에는 주로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해줬다가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도 주요 신용보강 주체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매입해주는 부동산 ABCP가 속속 등장하면서 상황이 다소 호전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통상 은행들이 확약을 해준 부동산 ABCP는 분양이 거의 완료된 사업장으로 현금흐름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건설사나 증권사가 주로 매입확약을 해줬지만 이 같은 역할을 일부 은행들이 해준다면 우량한 사업장의 경우에는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나 증권사들이 분양 전 개발 단계에서 사업성을 평가해 이를 토대로 매입확약을 해주는 전자단기사채가 많았는데,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높은 편”이라며 “다만 은행권에서 매입해주는 ABCP의 경우 사업성 평가나 분양 정도를 따져 선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신용 리스크가 전이된다 하더라도 은행이 보증을 서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다소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탈사 등 금융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고 있지만 그나마 국내 시중은행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의견이다. 과거 IMF 사태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둔 데다 고금리 시기를 맞으며 예수금 확보에도 용이하다는 평가다. 

      다만 은행이 신용보강을 내주는 부동산 ABCP는 아직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자들 위주로 수요가 많다는 의견이다. 간혹 은행 지점에서 상품화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물량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주요 수요처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매입을 해주는 ABCP의 경우 일단은 만기 때까지 들고 있는다는 의미”라며 “아무래도 금리 조건이 좀 더 나은 현금흐름이 발생할 만한 단계의 사업장 위주로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