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살리기 동참한 시중은행들…금융당국까지 지원사격
입력 2022.11.24 07:00
    하나·SC銀 등 3500억 여신 확정
    日 미즈호은행은 본사 담보로 3000억원 대출
    시중은행 및 보험사 등 조 단위 자금대출 검토
    금융당국 국내 금융기관들에 "선제적 조치" 주문
    "롯데건설발(發) 위기 금융권 확산 방지 목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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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 유동성 블랙홀로 평가받는 롯데건설이 최근엔 국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대규모 자금 차입에 나섰다. 이제까지 계열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급한불을 꺼왔다면 앞으론 외부 자금 차입을 통해 자금 소요에 대응하겠단 전략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엔 롯데건설발(發)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지원사격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이 지난 한 달여간 계열회사로부터 대여하거나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대주주인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그리고 계열회사인 롯데정밀화학과 우리홈쇼핑 등이 자금을 출자했다. 롯데케미칼은 자금 대여를 위해 1조1000억원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중이고, 롯데정밀화학은 이미 현금성자산 대부분을 지원했다. 최근 진행한 1700억원규모의 유상증자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12억원가량의 사재를 출연해 참여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국내외 은행을 통한 차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8일 하나은행과 200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1500억원의 여신거래약정을 맺었다. 해당 여신과 관련해 계열회사인 롯데물산은 롯데건설이 대출금을 상환할 재원이 부족할 경우 자금을 보충해주기로 약정했다. 이와 별개로 롯데건설은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3000억원을 대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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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신용연계 유동화증권 규모는 11월말 기준 1조3970억원, 12월말에 3472억원이다. 내년 1분기엔 1조8696억원, 2분기엔 4819억원 규모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당장의 자금소요엔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인 상환 일정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최근 확정한 대출 외에도 추가적인 금융권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A시중은행과 B시중은행은 롯데건설에 대해 각각 2000억원의 여신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대형 화재보험사 또한 최대 1조원가량의 대규모 자금 출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현재까지 일으킨 차입 외에도 향후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한다"며 "국내 시중은행과 금융기관 몇 곳이 곧 대규모 대출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롯데건설에 대한 대규모 대출을 고려하는데는 금융당국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가 건설사 전반의 유동성 위기, 더 나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채권시장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권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기관들에 롯데건설 사태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주문한 이후 롯데건설의 외부 자금확보도 보다 수월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그룹 차원의 지원을 예상해 볼 수 있지만, 건설업황 및 대외 변수에 따른 대규모 여신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