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에 던지는 질문…"귀사의 '다중채무자'는 안전합니까"
입력 2022.12.05 07:00
    조달비용 상승은 시장상황이라 대응 불가능
    건전성 관리가 내년 이후 실적 가를 것
    연체율 상승 원인 다중채무자 관리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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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빌려 사업을 해야 하는 카드사들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차환 부담은 커졌고, 이자비용 증가로 수익성 저하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나 신용평가사들은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카드사들의 '다중채무자' 관리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2년 9월말 기준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실질연체율은 1.07%,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6%를 기록했다. 충당금 적립도 늘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과 실질연체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은 각각 3.6배, 2.6배로 우수한 완충력을 보였다.

      문제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취약차주가 증가했고, 대손부담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신평은 대출금리가 3%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 한계차주 비중이 16.2%에서 21.1%로 상승하고, 카드사의 대출성자산(카드론·현금서비스·대출성리볼빙)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5.2%에서 7.3%로 2.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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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업평가는 연체전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사후적 성격이 강한데 자산건전성 선행지표인 연체전이율은 2022년 2분기 이후 카드대출자산을 중심으로 다소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주의 신용도가 더 떨어지는 현금서비스의 경우 연체전이율이 카드론보다 더 크게 상승했다. 한기평 역시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저하 압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두 신평사 모두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저하 압력이 클 것으로 예상하면서 '다중채무자'에 방점을 찍었다. 카드사들의 자산건전성 저하는 채무가 3건 이상인 다중채무자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카드대출 내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80~90% 내외로 절대적 수준이 높게 나왔다.

      한기평은 최근 5년 평균(2017년~2022년 9월말 기준) 다중채무차주의 채무건수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모두 채무 3건 이상 차주의 연체율이 전체 연체율을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금서비스의 경우 채무 3건 이상 차주의 5년 평균 연체율이 2.9%로 전체 연체율(2.4%)을 크게 웃돌았다. 금액 측면에서도 채무 3건 이상 차주의 카드대출 연체액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 다중채무에 대한 위험선호도는 다양했다. 카드론의 경우 전체대출에서 채무 2~4건인 차주에 대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동소이했지만 다중채무 5건 이상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은 회사 별로 편차를 보였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채무 2~3건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다소 큰 편차를 보였다면 5건 이상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 차이는 매우 큰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기평은 "채무 5건 이상 차주는 채무상환능력 및 재무융통성 측면에서 물가 부담, 금리 상승 및 자산가격 하락 등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 유사시 여신기관의 건전성 저하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채무 5건 이상 차주에 대한 대출비중이 높은 카드사의 경우 자산건전성 저하에 따른 영향이 실적 변동성을 크게 좌우할 수 있고, 해당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출취급을 조절함으로써 건전성 저하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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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타 금융기관에 대한 유형별 접근도 의미가 있다. 똑같이 2건의 채무를 보유한 차주라 하더라도 시장은행 대출을 보유한 차주 보다 저축은행 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상환 우선순위, 상환능력 측면에서 잠재 채무불이행 위험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경우 업권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 업종으로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2021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다중채무차주를 통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특정 업권에 대한 비중이 높은 회사는 리스크 관리시 해당 업권 주요 차주의 건전성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리볼빙 이월 잔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2022년 6월말까지 감소하다가 3분기 들어 빠르게 증가, 2022년 9월말 기준 6.9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9% 증가했다. 신용점수 구간별로 800점 초과 고신용자 비중이 38%, 600점 초과 800점 이하 비중이 5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신평은 "결제성 리볼빙 잔액의 급격한 확대는 부실위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고위험 회원 점검 및 고위험 자산 비중 관리 등 보수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평사들은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업계 전반의 수익성 저하는 자본시장 상황에 달린 거라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는 실천 가능한 사안인만큼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중채무자 관리, 잠재위험 현실화 등등 건전성 관리가 카드사들의 내년 이후 실적을 가를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