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이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용퇴 배경은
입력 2022.12.08 16:59
    세대교체 필요성 등 배경에도 여러 소문 돌아
    정부 외압설까지...이사회선 '사전 논의 없었다'
    주가 하락으로 일부 주주들 신뢰잃기도
    진옥동 회장 내정자 조직개편 및 인사에도 관심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좌)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겸 차기 회장 내정자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좌)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겸 차기 회장 내정자 (그래픽=윤수민 기자)

      뚜껑이 열리기 전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을 포기한 건 '이변'으로 통한다. 세대교체 필요성, 차기 회장의 임기 등 여러 배경이 언급되지만, 다소 부자연스러운 퇴장 과정으로 인해 부진한 주가로 인한 주주와의 마찰설 등 여러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 회장의 용퇴 배경을 떠나, 신임 회장으로 추천된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이 공석이 될 은행장 자리를 비롯, 각 계열사에 어떤 인재를 등용해 포진시킬지도 관심사라는 평가다.

      8일 아침, 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로 들어선 조용병 회장은 "현재 당면한 이슈와 해결방법, 그리고 미래의 경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고 면접 포부를 밝혔다. 이후 조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3명의 후보에 대한 면접이 30분 간격으로 진행됐다.

      조 회장이 회장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정확한 시점은, 본인에게 주어진 면접 시간이 거의 끝난 무렵이었다. 이전까지 성실히 면접에 임하다 마지막 순간 돌연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퇴를 예상치 못한 사외이사들 사이에 잠시 술렁임이 일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이날 오후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사퇴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조 회장은 ▲ 세대교체 적기라고 생각했고, 차기와 차차기(회장)를 생각했다 ▲ 사모펀드 사태로 많은 후배들이 고초를 겪었고 누군가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40년여간 달려오며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조 회장이 이번에 연임을 했다면, 차기 회장 후보인 진 행장과 임 사장 두 사람은 2026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 경우 두 사람의 취임시 나이는 각각 만 65세, 만 66세로 3년의 임기를 채우고 나면 만 67세를 넘어 다음 임기를 시작할 수 없다. 회장 임기 연령을 만 70세, 회장 임기 시작 연령을 만 67세로 제한한 내부 규정 때문이다.

      조 회장의 이번 용퇴로, 진옥동 행장은 회장 취임시 한 차례 연임을 거쳐 최대 6년간 회장으로 재직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안정적인 진 회장 체제에서 2029년까지 부회장직 신설 등 좀 더 원활한 최고경영자 승계 구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조 회장이 '차기 및 차차기'를 언급한 건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설명에도 불구, 예상치 못한 용퇴 의사 표명 시점으로 인해 여러 소문이 흘러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용퇴 의사가 있었다면 면접장에 들어설 당시, 혹은 회장추천위원회 사외이사들과 면접이 시작되기 전 밝히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외부적인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주가 추이다. 조 회장은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인수합병(M&A)에 성공하고 운용ㆍ신탁 사업을 확장하며, 정체돼있던 신한금융그룹에 새 바람을 불어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신한금융 주가는 조 회장 재임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조 회장이 취임한 2017년 3월 4만6000원대였던 신한금융 주가는 현재 3만7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7년 8월 기록했던 임기 중 고점 대비 33%나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2019년 2월, 2020년 9월 두 차례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기존 주주들의 신뢰를 잃는 사건도 발생했다.

    • 이 때문에 올해 내내 신한금융이 '주주 환원'을 전면에 내세운 데 대해 일부 주주들은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분기 배당을 전격 도입하고, 주가 부양을 위해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각을 진행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 차례 증자로 새 재무적투자자(FI)가 진입하며 사외이사 수가 9명에서 12명으로 늘었고, 이로 인해 재일교포 주주 등 기존 주주들의 발언권이 일부 줄어들기도 했다"며 "항간에 '일부 주주들이 연임을 앞두고 불편함을 전달했고, 이를 조 회장이 면접 중 이런 분위기를 알아채고 자진 사퇴 수순을 밟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건 이런 배경 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진옥동 행장의 회장 선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금융권 일각에선 조 회장에 실망한 일부 주주들이 회추위를 통해 의사를 표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날 회추위 면접 및 확대 이사회 중 특별히 조 회장을 비토(veto;거부)하는 사전 공감대가 없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추론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현직 정부 관계자가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 회장의 장기 집권을 원하지 않았을 거란 외압설도 제기된다. 다만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 신한금융의 회장 선정 절차에 대해 그간 이렇다할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평이다.

      조 회장이 내년 3월로 임기를 마치고, 진옥동 회장이 새로 취임하게 되면 신한금융 조직에 어떤 변화가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이번 회추위 전까진 조 회장의 연임을 전제로 진옥동ㆍ임영진ㆍ허영택 지주 부사장 등 3명 안팎으로 부회장단을 꾸릴 거란 예상이 많았다. 진옥동 행장의 회장 후보 추천으로 인해 이 그림은 깨진 상태다.

      당장 차기 신한은행장 인선에 관심이 모인다. 진옥동 행장이 1961년생인만큼, 1964~1965년생 부행장 그룹에서 차기 행장이 나올 거란 예상이 많다. 진 행장은 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대해 "아직 전혀 없다"고 발언했다. 이날 진 행장은 조 회장의 용퇴에 대해서도 "면접 볼 때까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최근 성과가 좋지 않은 계열사 최고경영자군을 유임시킬지도 관심이다. 올해 어려운 와중에도 은행ㆍ카드ㆍ증권 등의 실적은 전년대비 늘었지만, 제주은행(박우혁 은행장)ㆍ신한라이프(성대규 사장) 등은 그리 좋지 못한 성과를 냈다.

      진 행장은 "조직 개편은 지주 이사로서 계속 논의를 해왔다"며 "조 회장과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조직을 개편하고 그에 따른 사후 인사도 조 회장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