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불씨 사그라든 한진칼…'분쟁 플레이어' 반도와 호반의 엇갈린 수익률
입력 2022.12.09 07:00
    반도 이탈 4개월 만 최대주주 호반도 지분 축소
    1.5배 수익 낸 반도, 호반은 -37% 눈물의 손절매
    주가 불씨 사라진 한진칼?…경영권 분쟁은 희박
    다만 반도 물량 매입주체·하림 출현은 향후 변수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진칼 2대주주였던 반도그룹이 이탈한 데 이어 단일 최대주주 호반건설마저 보유 주식 처분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 불씨가 사라지며 주가 상승 동력도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눈물의 손절매다. 주주 간 갈등 국면 한가운데 섰던 주요 플레이어들의 투자 수익률은 4개월 만에 희비가 갈린 모습이다.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 팬오션은 6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호반건설로부터 한진칼 주식 333만8090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인수로 팬오션의 한진칼 지분율은 0.8%에서 5.8%로 늘어났다. 팬오션은 단숨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5.74%)을 제치고 한진칼 4대주주로 등극했다.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16.44%)은 이번 매각으로 11.44%로 줄었다. 거래규모는 1258억원이다. 매각금액은 주당 3만7715원으로 당일 종가(3만9700원)보다 5.0% 할인된 가격이다.

      호반으로선 큰 손해를 감수한 거래다. 주당 매입가격이 6만원이었으니 37%대 손실을 입은 셈이다. 손실규모는 700억원대에 이른다. 손실 감수 배경엔 당장의 유동성 확보 시급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국내 건설·부동산 업계에 냉기가 불어닥치며 건설사들은 보유자산을 처분하는 등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월 보유 주식 전량을 팔고 이탈한 반도그룹의 투자 수익률과는 크게 대비된다. 반도는 약 1.5배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4개월 만에 경영권 분쟁 주요 플레이어들의 투자 수익률 희비가 갈렸다.

      반도가 최초로 지분 보유공시를 낸 2019년엔 매입단가가 주당 2만7481원이었다. 2020년까지 줄곧 지분을 늘리면서 매입단가는 평균 4만원 초반에 형성됐다. 상반기말 지분율은 17.02%에 달했다. 매도 단가는 당시 종가(6만600원) 대비 3.1% 높은 평균 6만2500원이었다. 통상 블록딜은 당일 종가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관과 외인은 웃돈을 얹어 한진칼 주식을 사갔다.

      그간 한진칼 주가는 그룹의 펀더멘탈이 좋아지거나 특히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때 상승했다. 2대주주로 추후 경영권까지 노려볼 만한 반도그룹에 이어 '눈물의 손절'에 나선 호반 등 주요주주들의 이탈 움직임은 결국 분쟁 불씨가 사라지면서 주가 상승 여력이 떨어졌다 볼 여지가 있다.

      시장의 관심은 팬오션의 투자 목적으로 향하고 있다. 팬오션은 지분 확대 배경을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룹 오너간 친분과 이후 의결권 행사 등 판단은 별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이었던 약 3년 전 가격으로 비교적 싸게 매입했단 점에서 실제로 투자에 가까운 면은 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정황상 종식에 가깝다는 점도 언급된다.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 다수 확보된 상황이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18.86%, 델타항공이 13.21%, 산업은행이 10.58%로 이를 모두 합치면 42.65%에 이른다. 아직 LX그룹 외에 반도가 처분한 물량 매입 주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호반-팬오션(17.24%)과 공동전선을 형성하더라도 추산 점유율이 34.26% 수준이다.

      다만 분쟁 종식을 언급하긴 이른 시점이란 주장도 나온다. 반도 지분 매각 당시 국내 주요 대기업이 펀드를 각기 구성해 클럽딜 형태로 한진칼 지분 5% 미만씩 사들였다는 추측이 제기됐던 바 있다. 주요 주주가 된 하림의 출현도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장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이 낮아도 이해관계자들의 면면이 바뀌면서 새로운 판국을 맞이할 여지는 남아있다는 평가다.

      하림은 과거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최종 성사하진 못했으나 번번이 항공업 진출 욕심을 드러냈다. 이번 거래로 사실상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모양새를 연출한 호반건설 역시 과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아직은 '단순투자'지만 추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나 경영참여로 변경해 야심을 드러낼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