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사외이사 '다섯 중 넷' 임기 만료…대법원의 '경고장' 여파 관심
입력 2022.12.12 11:27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80%, 내년 3월 임기 만료 앞둬
    그간 사외이사는 경영진 감시 구실 못하는 '거수기'란 비판 제기돼
    다만 대법원판결로 이사회 안건 이외에도 사외이사의 감시 의무 커져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투자자 손해도 사외이사에 책임 물을 수 있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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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가 내년 초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연말인사와 맞물려 대대적인 사외이사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내외부 인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의 '경고장'이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최근 대법원은 일관된 자세로 사외이사의 책임 의무를 강조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전처럼 '거수기'역할만 해서는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이슈가 불거졌을 때 법적 책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금융사는 당국과의 마찰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사외이사의 80%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6년 이상 재직한 사외이사는 상법 시행령에 따라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 상법에서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가 6년 이상 재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서다.

      KB금융지주는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KB는 정관을 통해 5년을 초과해 재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임 기간이 4년이 넘은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사외이사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이윤재,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윤재원, 진현덕, 허용학, 곽수근, 배훈, 이용국, 최재봉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이 중에서 박안순 사외이사는 6년의 사외이사 임기를 채우게 돼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서 진옥동 회장 체제에 접어들면서 사외이사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은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권숙교, 박동문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함영주 회장이 취임 후 첫인사라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리금융지주는 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장동우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이들은 6년 임기 제한에 걸리지 않고, 과점주주가 추천한 인물들이라서 연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처럼 사외이사 임기 만료가 집중되어 있지만, 예년에는 사외이사를 6년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연임했다. 안정적인 이사회 구성을 원하는 금융지주 경영진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해당 자리를 마다할 리 없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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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법조계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들이 올해 대법원 판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경제개혁연대와 주주들이 서종욱 전 대표, 박삼구 전 회장 등 대우건설 옛 사내 및 사외 등기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에선 서 전 대표에게만 ‘직무감시 의무’ 위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 사외 이사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이사의 감시 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주주대표소송 신규 판결 안내’란 리포트를 통해 "회사의 업무 집행을 담당하지 않는 사외이사 등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은데도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방지하는 등의 경우에 감시 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위 판결을 통해서 대표이사 이외에 사외이사를 포함한 평이사들에게도 입찰 담합 자체에 관해 알지 못하였고, 알 수도 없었으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 또한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감시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의 입장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사회 안건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도 사외이사의 감시 의무를 인정한 대법원의 첫 사례라는 부분”이라며 “공정위, 금감원 등의 제재로 인해서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판결로 인해서 기업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날을 세우는 금융지주들엔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라임-옵티머스, 독일 헤리티지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금융사들은 대규모 배상 책임을 졌다. 

      이에 따라 입은 주주들의 손해에 대해서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이 대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사외이사들 입장에선 이사회 안건뿐 아니라 전반적인 내부통제에 대해서도 더욱 높은 책임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점에서 이전같이 '거수기'로만 존재하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비록 형사책임이 아니지만, 회사 위법행위에 대하여(대우건설 판결의 경우 사외이사 포함하여)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며, 이사들의 준법 감시 의무를 강조하고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강화 필요성을 인정한 중요 판결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