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세제 혜택 내년이 마지막…전환 막판 붐? vs 시큰둥
입력 2022.12.12 07:00
    내년말 인적분할·현물출자 시 세금이연 특례 일몰
    지주사 전환에 반년 이상…기업들 전환 고민 계속
    대기업 일감 없고, 지주사 전환 매력도 전만 못해
    시장에선 특례 연장 기대감…급하지 않으면 '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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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주식을 현물출자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이연해주는 세제 혜택이 1년 뒤 종료된다. 지주사 설립에 짧아도 반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아직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기업들은 언제 움직일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자문사들도 지주회사 전환 일거리가 늘어날지 주시하고 있다.

      다만 굵직한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을 마친 점, 전보다 사회적 지지나 필요성이 줄어든 점, 과세 특례가 재차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주사 전환 특수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국내에서 지주사 전환은 인적분할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오너가 대주주인 회사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후, 오너가 갖게 된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해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의 현물출자는 주식양도로 봐 차익에 대한 세금이 발생한다. 정부는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오너가 지주사 주식을 팔아 실질 이익을 거두기 전까지는 과세를 이연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당초 이 지주 전환 과세이연 특례는 작년말까지만 적용하기로 하고, 올해부터는 현물출자로 취득한 지주사 지분은 4년간 과세이연 후 3년간 세금을 나눠 내도록 했었다. 1년 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특례 일몰 시기가 내년 말까지로 늦춰졌다. 기업과 오너 입장에선 2년의 시간을 번 셈인데, 실제 올해 내내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내년이 분할기일인 기업도 적지 않다.

      과세이연 특례 일몰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지주사 전환 여부를 검토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전환을 결정한 후 내부 절차를 거치고 주식 이전 절차를 진행하는 데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세제 혜택을 누리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조세특례 일몰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내년에 지주사 체제를 갖추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며 “지주사 전환 작업은 아무리 빨라도 반년은 걸리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제 혜택을 확실히 누리려면 지금 움직여야 하지만, 지주사 전환 특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갈수록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사회적 지지는 약해지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기 보다,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당장 지분율을 얼마간 높이는 것 이상으로 시장의 비판을 마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졌다. OCI는 주주반발을 피하기 위해 ‘물적분할 같은’ 인적분할 카드를 꺼내 들었고, 현대백화점그룹도 그와 유사한 방식의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 일감이 뜸한 시기라 자문사들은 지주사 전환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주 큰 기대는 않는 모습이다. SK, LG, 롯데, GS, 현대중공업, CJ 등 웬만한 대기업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 현대차 등은 아직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보유지분 기준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수요는 있지만, 여기서는 들인 품 대비 수익이 많지 않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웬만한 대기업은 지주사 전환이 끝났고, 그 외의 기업들은 굳이 쪼개고 옮겨 지분율을 올릴 실익이 많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곳이 있겠지만 크게 돈이 되는 자문은 아니다보니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과세이연 특례가 연장될 것이란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현재 경제 환경에선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살림 걱정이 더 급하다. 지주회사 전환 시 지배구조 개편의 실익이 있더라도 검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가 넘어가면 일몰기한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주사 전환이 아주 시급한 과제가 아닌 기업이라면 상황을 관망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혹시 특례가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회사들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지주사 전환에 마음이 급하다”며 “시장에선 과세이연 특례가 또 연장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