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보증 ABCP 매입 규제완화 앞두고...증권사 건전성 우려 '여전'
입력 2022.12.12 07:00
    금융당국, 증권사 신용보증한 ABCP 매입 길 터줄 듯
    증권사 NCR 비율 영향도 손볼 가능성…내부 협의 중
    다만 한시적 조치라는 예측 많아…이후 조치는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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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증권사가 자체 보증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자본적정성 관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순자본비율(NCR) 산정 기준을 손보기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지만 한시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들 역시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부문에 공격적인 영업을 벌여온 데 따라 재무건전성 비율 관리에 소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자체 보증 ABCP 매입 조치와 관련해 NCR 산정 기준을 바꾸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증권사가 차환 실패한 ABCP를 떠안게 될 경우 원칙적으로는 NCR 위험값을 100%로 반영하게 돼 비율 산정에 불리한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11월 초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증권사가 스스로 신용보증한 ABCP 차환에 실패할 경우 자체 매입할 있도록 하는 새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기존에는 이미 지급보증을 해준 ABCP라도 차환 발행이 어려운 경우 손실 보전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해당 어음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단기금융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로 풀이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가 신용보증한 ABCP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처음으로 실시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NCR 비율 산정도 새롭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위험값이 어느 정도 비율로 조정이 될지, 또는 언제까지 해당 조치가 유지될지를 두고서는 아직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증권사의 ABCP 매입 조치를 둘러싼 세부적인 방안이 아직까지 미정인 가운데 증권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전반적인 증권사의 NCR 비율이 권고수치를 크게 웃돌고는 있지만 최근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전반적인 NCR 비율은 낮아지고 있는 탓이다.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꼽히는 대형 증권사들 중에서도 삼성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 등의 NCR 비율이 낮아지고 있어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분기 기준 삼성증권 NCR 비율은 1380.8%로 전년 동기 대비 217.6%포인트 낮아졌고 한국투자증권은 1836.9%포인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2.4%포인트 내려갔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같은 기간 해당 수치가 1619.7%에서 1260.1%로 359.6%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은 NCR 비율 기준을 100%로 잡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비율관리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증권사들이 부동산PF를 비롯한 대체투자 부문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온 가운데 자금경색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유동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NCR 비율 관련 규제 조치를 둘러싼 세부적인 방향성을 두고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NCR 위험값을 잡는 비율이 기존 100%에서 어느정도 완화될지 정해지지 않은 데다 6개월 정도의 일시적 유예에 그칠 가능성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값에 반영될 수치 변화에 따라 NCR 비율이 얼마나 바뀔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약 해당 조치가 6개월간 지속되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바뀌게 되면 자칫 그간 떠안았던 ABCP 손실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될 수 있다. 

      만약 예전대로 산정한다면 순자본에서 위험가중값이 100% 전액 차감되기 때문에 NCR 비율이 기존보다 수백 퍼센트 이상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 현재 NCR 수치가 500% 미만인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에는 자칫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0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증권사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수치나 기간 등을 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며 “일단은 6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향후 이를 연장해줄지 여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연말을 앞두고 전반적인 채권시장 분위기가 다소 살아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부동산PF 시장이 다시 정상화된다면 떠안았던 ABCP를 충분히 시장에서 재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경색됐던 단기자금시장 상황 때문에 증권사들이 한달짜리, 세달짜리 유동화 증권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라며 “다만 연말부터 보험사들도 유동성 상황이 나아지고 있고 금리도 정점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정상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