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연임 앞둔 KT, 3년 파이낸셜 스토리 성적표는?
입력 2022.12.14 07:00
    구현모 대표 취임 후 재무 활동 본격화
    M&A·투자유치·지분교환 등 보폭 넓어져
    올해 자본시장 침체로 괄목할 성과 없어
    3년새 주가는 상승세…탈통신 명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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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T그룹은 오랜 기간 공기업적 색채를 유지하며 잘 움직이지 않는 보수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구현모 대표가 이끈 3년 동안에는 M&A 및 투자유치, 지분 교환 등 다양한 재무적 활동을 벌였는데 첫 임기 말미인 올해 특히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최종 성과를 판가름하긴 이르지만 KT의 주가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는 점은 긍적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구현모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에 입사해 KT에서만 35년을 근속했다. 2020년 3월, 민영화 이후 내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사장에 올랐다. 구 대표는 지난달 연임 의사를 밝혔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 강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KT 이사회는 이달 들어 연임 심사 절차를 본격화했다. 13일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는 이사회에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보고했다. 구 대표는 이사회에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 검토를 요청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공기업적 분위기가 뿌리 깊이 남아 있었고, 외풍에 흔들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자본시장 갑(甲)의 위치에서 군림하다보니 시장과 소통에 인색했고 M&A나 투자 등 재무적 활동에서 성과도 많지 않았다. 과거 영화 산업에 진출하며 인수한 싸이더스FHN, 올리브나인은 다시 팔았다. 몇해 전엔 정부 허가 없이 인공위성을 팔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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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의 지난 3년간 행보는 분주했다. 구현모 대표는 2009년 KT-KTF 합병, 2011년 BC카드 인수 등에 깊이 관여한 이력이 있는데, 구 대표 취임 첫해부터 KT의 다양한 재무적 활동이 이어졌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유수의 대기업과도 적극 손을 잡았다.

      2020년 케이뱅크를 KT에서 BC카드로 넘겨 금산분리 문제를 피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의 로봇제조사 현대로보틱스에도 소수지분을 투자했다. 이듬해는 IT·테크기업 투자 바람에 편승해 밀리의서재, 원스토어, 뱅크샐러드, 웹케시그룹 등에 투자했다. 현대HCN을 인수해 유료방송 독보적 1위 지위를 굳혔다.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신한지주, 현대차그룹과 지분을 교환하는 등 동맹을 강화했고 CJ 및 LS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사업을 분할해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OTT ‘시즌’은 CJ그룹의 ‘티빙’과 합쳤다. 투자 및 투자유치, 지분교환, M&A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KT식 ‘파이낸셜 스토리’가 펼쳐졌다.

      이제 토양을 닦은 단계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현 시점에 희비가 엇갈리는 면은 있다. 성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도, 자본시장 위축으로 훗날을 기약해야 하는 것도 있다.

      케이뱅크는 BC카드 아래로 옮겨간 후 착실히 실적을 키우고 있지만 올해 기대했던 기업공개(IPO)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BC카드는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밀리의서재, 원스토어 등은 증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로보틱스 투자도 현재까지는 실익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다수다.

      올해 주당 3만9000원대에 투자한 신한지주의 주가는 최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이 주당 3만원 초반에 투자한 KT 주가는 3만원 후반대로 올랐다. 현재 주가 상황만 따지면 KT보다는 신한이 나은 장사를 했다. 현대차그룹과의 지분 교환 역시 현대차의 주가 하락으로 현재까진 KT가 살짝 밑지는 분위기다. 작년 KT가 주당 3만4651원에 투자한 웹캐시의 주가는 최근 그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KT클라우드 투자유치는 올해 내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성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지만, 시장에 몇 안되는 대기업 계열 투자유치 거래고 보폭이 넓어지는 KT와 손을 잡는다는 상징성 때문에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당분간 KT의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KT가 무거운 조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주가는 3년 사이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2만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작년엔 3만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4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비교해도 주가 상승세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자본시장 침체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펼치기 쉽지 않았지만 미디어·콘텐츠, 모빌리티, 로봇 등으로의 적극적인 탈통신 행보 자체는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케이뱅크 중심의 금융, 스튜디오지니 중심의 미디어·콘텐츠 전략이 성공했다고 본다"며 "KT가 SK텔레콤이 보여준 비통신 강자 이미지를 이어받아 시장 기대 이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