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급도 '몸값' 맞춰준다…기업들 IB 출신 '글로벌 재무통' 중용
입력 2022.12.14 07:00
    C레벨 경영진에 IB 대표급 영입 활발
    수조~수십조원 자금 조달 및 M&A 전문가 필요성 커져
    시니어 뱅커들 이직으로 글로벌 IB 후계 수면위로
    40대 IB 대표들 몸값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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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재 블랙홀' 이었던 스타트업으로 이직이 줄고, 되레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지만 외국계 뱅커들은 상황이 다르다. 단순히 주니어들의 이직뿐 아니라, 대표급들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들의 경험ㆍ노하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났는데, 이를 대체할 인력 공급처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원인이 됐다. 

      최근 JP모건의 IB부문 총괄 대표가 네이버로 이직한다는 소식은 투자업계에서 꽤나 화제가 됐다. 되기도 힘들지만 한번 오르면 은퇴할때 까지 '대표' 직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는 데 대한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IB 중에서도 JP모건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함께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투자은행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예전에는 다른 업계에서 러브콜을 보내도 거들떠 보지 않던 곳들이다. 

      상황이 바뀐 이유는? 우선 달라진 기업들의 태도가 꼽힌다.

      그간 IB 대표급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연봉과 보너스 등을 맞춰줘야 했다. 합치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그간 대기업들의 연봉과는 격차가 컸다. 그래서 주니어나 중간 관리자급이 이직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시니어 매니저 혹은 대표급의 이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이 이들의 연봉과 성과금을 맞춰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IPO, M&A에서 쓰는 비용이 어마무지한데 이를 관리하고 조율할 '인재'에 대한 비용을 아낄 이유가 없어졌다. 아울러 이런 작업이 성공하면 회사가 거둘 수 있는 가치가 조단위가 되면서 이들에게 주는 연봉이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아졌다. 

      동시에 활용가능한 인재 대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졌다. 기업 입장에선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딜을 할 수 있는 글로벌 '재무통'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 접촉ㆍ다큐멘테이션부터 협상진행까지의 경험ㆍ여러 거래에서 쌓은 노하우ㆍ재무전략 지식과 외국어 능력 등을 한꺼번에 갖춘 인재를 꾸준히 공급하는 곳은 외국계 IB나 전략컨설팅사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웬만한 실력과 경험을 갖추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수요는 급증했는데 인력 공급처는 제 자리다보니 '귀한 인력'이 더 높은 몸값과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 당연해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뿐 아니라 IT 기업들이 M&A 및 해외 네트워크가 있는 재무전문가를 찾고 있다"라며 "실제 이런 일이 가능한 사람은 외국계 IB 대표급 인력 정도라서 그 풀이 굉장히 작다"라고 말했다.

      이제 기업들은 부장, 상무급이 아닌 C레밸로의 영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미 포츈 500대 기업 주요 자리에는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C레벨들이 포진되어 있는 미국 등과 비슷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김영기 JP모건 대표도 '네이버제트'와 '크림'에서 CFO로서 수십조원의 나스닥 상장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기업들의 해외진출 욕구와 이에 걸맞는 경영진을 구축하고자 하는 니즈가 크다. 

      비단 네이버뿐 아니라 삼성전자, SK온 등에 재무 전략분야는 이처럼 IB 대표급들로 채워지고 있다. UBS 대표 출신의 임병일 삼성전자 부사장, 모건스탠리리와 골드만삭스를 거쳐 바클레이즈 대표를 지낸 박종욱 SK온 부사장 등의 사내 역할은 '공채 출신 임원'과 비교해도 이제 뒤떨어지지 않는다.

      '글로벌IB 한국지사'의 위상이 과거보다 더 높아지지 못한 점도 인재들이 기업으로 떠나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구조상 한국지점 대표 이후에 아시아 대표, 나아가 미국 본사에 주요 파트너급으로 자리를 옮긴이가 드물다. 골드만삭스에서 아시아 M&A 대표를 맡았던 존킴 칼라일 파트너 정도가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수준이다. 이전 같았으면 "한국 대표도 충분하다"했겠지만, 반대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에게도 글로벌에서 역량을 펼칠 기회가 생겼다.  

      이처럼 IB 대표급 마저 기업들에서 '모셔가면서' 정작 외국계 IB에는 대표를 맡을 인재를 구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씨티증권의 한국지점 대표들은 십수년간 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조차도 50대에 접어들면서 후계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접어들었다. 이들과 손발을 맞췄던 시니어 뱅커들이 기업이나 사모펀드로 자리를 떠났다. 대표적으로 모건스탠리의 안재훈 전무, 씨티증권의 김동욱 전무가 IB를 떠나 각각 SK바이오사이언스와 베인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B들 모두 현 대표 이후를 맡길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라며 "글로벌에서도 한국지점 대표의 후계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높다"라고 말했다.

      되레 40대 대표를 배출한 뱅크오브아메리카나 크레디트스위스 정도가 후계구도가 안정적인 상황이란 평가다. 40대 IB 뱅커들의 몸값이 오르고 심지어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IB 대표급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마땅치 않다 보니 기존 대표급 인재에 대한 영입 경쟁도 물밑에서 벌어질 수 있다"라며 "40대 중반 IB 뱅커의 몸값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