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 '일시적 안정' 택한 KB금융...1년 후 '지각변동' 포석
입력 2022.12.22 07:00
    임기 만료된 주요 계열사 8곳 중 7곳 대표이사 재추천
    내년 말 윤종규 회장 임기 만료 맞춰 대대적 개편 예고
    포스트 3인 체제 등 시스템...투자자들 우려 불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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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KB금융그룹이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안정적인 인사 기조를 선택했다. 금융권에선 이를 두고 1년 후를 대비한 ‘큰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11월 회장 선임이라는 '빅 이벤트' 이후 회장이 행사할 계열사 인사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윤종규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지, 새로운 인사에 자리를 물려줄지는 현 시점에서 미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년엔 현재 계열사 대표단의 대거 교체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1년은 '변화를 위한 안정'인 셈이다.

      지난 15일 KB금융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 8곳 중 한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표이사 후보에 현재 대표이사를 재추천했다.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8곳 대표들의 임기가 오는 12월 말로 만료되는 시점이었지만 이 가운데 7곳 대표가 1년간 임기를 더 이어가게 됐다. 

      이를 두고 KB금융은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환경 속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결정으로 설명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구관이 명관’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이번 인사를 후계 구도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경향이 짙다. 내년 말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앞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에 끝나는 만큼, 차기 회장이 직접 인사 및 조직개편을 꾸릴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라는 평가다.

      윤 회장이 8년간 재임하며 KB금융의 발전에 남긴 영향이 적지 않은만큼, 연임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다만 그간 금융지주 회장이 4연임을 한 사례가 많지 않았던 데다 10년 이상 장기집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이슈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이 4연임한 바 있지만 선임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주 회장이 장기집권하며 파벌 갈등이나 개인 비리 등 지배구조 리스크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KB금융의 경우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최고경영자 경쟁 후계 구도를 완성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1월만 해도 지주 안팎에서 윤 회장이 남은 1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진하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러 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던 와중에, 윤 회장이 결단을 내릴 것이란 소문이었다.

      실제로 김지완 전 BNK금융그룹 회장은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자녀 지원 의혹’ 검사와 함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문책경고 의결을 받으며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지금은 이런 이야기가 잦아든 상태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나 우리금융, BNK금융 등 여러 지주 회장들이 용퇴했거나 사퇴 가능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윤종규 회장까지 남은 1년 임기를 마치지 않고 내려온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관치금융’ 여론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차기 회장 등 후계구도와 이에 따른 KB금융 전반의 향후 조직개편 준비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1년 가까이 시간 남은만큼 연임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평가다. 윤 회장 본인의 심중과, 주주를 비롯한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달린 일이라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윤 회장과 장시간 신뢰를 쌓아뒀던 해외투자자들은 윤 회장의 연임여부 및 차기 회장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윤 회장은 해외 IR(투자설명회)을 통해 회장 후보군을 차질없이 확보해두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일에 여념이 없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은 이전부터 사장단은 물론, 임원들을 상대로도 ‘포스트 3인 체제’를 강조해왔을 정도로 후계구도 형성을 중요시 삼아왔다. 즉, 당장 임원들이 해당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대체 인물이 최소 세 명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둬왔다는 의미다. 

      과거 윤 회장이 본인의 뒤를 이어 국민은행장을 선임할 당시에도 이미 수년 전부터 후보군을 염두에 두고 인사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허인 전 KB국민은행장이 행장을 맡기 전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영업그룹 부행장 등에 올랐고, 이홍 전 국민은행 부행장 역시 영업그룹 부행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두루 역임한 바 있다. 당시 두 인물은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힌 상태였다. 행장으로 선임하기 전 경영기획그룹 등 주요 부문을 두루 경험하도록 하는 등 후계자 양성을 미리부터 준비해왔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은 이미 조직 개편에 대한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했을 공산이 크다”라며 “임원들한테도 인사 조직 전에 본인을 대체할 사람을 여러 명씩 적어내라고 할 정도로 주요 자리 공백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