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조직으로 격상한 삼성중공업…삼성그룹 구조 개편의 신호탄?
입력 2022.12.22 07:00
    취재노트
    12년만에 부회장 조직으로 격상
    깐깐한 경영자 등장에 삼성重 긴장모드
    조선산업 훈풍에 실적 개선 가시권
    그룹 최대 과제는 역시 지배구조개편
    EPC 주도권은 어느 계열사에?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 내 유일한 적자 기업이다. 지난 5년 간 매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연속 적자에 가중한 재무부담에 3차례(2016년, 2018년, 2021년)의 조 단위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그 때마다 주주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2014년엔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에 실패한 이후 경영권 매각설에 시달렸다. 회사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삼성중공업의 그룹내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 단면이었다. 현재 주가는 10년 전과 비교해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기업도 아니다.

      이런 삼성중공업에 변화가 감지된다. ‘회장’ 이재용 시대의 첫 부회장은 조선·플랜트 부문에서 탄생했다. 과거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최성안 부회장이 승진하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를 맡는다.

      이번 승진 인사를 통해 삼성그룹의 부회장은 4인 체제를 구축했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그리고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등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와 삼성SDI에 이어 유일한 (부)회장단 기업으로 격상했다. 삼성중공업에 부회장급 인사가 자리한 것은 2009년(김징완 전 부회장) 이후 12년 만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대표이사 내부 승진 기조도 깨졌다.

      최 부회장에게 내려진 특명은 분명 ‘적자 탈출’에 찍혀있다. 실제로 최 부회장은 2017년부터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맡으며 회사를 흑자 전환한 성과가 있다.

      ‘553수행혁신’은 최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추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2019년 발표한 ‘553수행혁신’은 자원투입 50%, 현장 업무 50%, 일정 30%를 줄여 생산성을 향상하고 원가를 줄이자는 프로젝트이다. 건설업계에선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일었고, 목표 달성을 위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해당 프로젝로 최 부회장은 상당히 깐깐한 경영 스타일로 정평이 나게 됐는데 이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할 삼성중공업 임직원들의 긴장감으로 이어졌다.

      삼성그룹 내 익명 커뮤니티에는 최근 ▲’각종 혁신 과제를 많이 시키고 아이디어가 많음’ ▲‘회사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삶은 힘들어 질 것이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삼성중공업을 살리겠단 의지를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행히(?) 회사는 LNG선박 수주에 힘입어 올해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악성재고였던 드릴십의 매각에도 성공했다. 물론 삼성중공업뿐 아니라 국내 조선3사의 내년도 전망은 다른 산업군에 비교적 밝다. 6월 말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약 79조원으로 향후 3~4년치 일감을 쌓아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더 나빠질 것 없는 삼성중공업의 실적 개선도 눈 앞에 다가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실적 개선, 그 이후 그룹 내 삼성중공업의 역할에 맞춰져 있다.

      이재용 회장 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지속가능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다. 이미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치권에선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소유한 오너일가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과 최근 발의한 제2의 삼성생명법은 삼성전자 지배구조 근간을 흔드는 이슈이다.

      이재용 회장 시대에 그려 볼만한 지배구조의 선결조건은 ▲전자 ▲EPC ▲금융 등 큰 부문들이 공고하게 자리잡는 것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EPC경쟁력강화TF ▲금융경쟁력제고TF 등 3부문의 TF를 출범해 관련 사업을 조율하게끔 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물론 TF의 역할과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를 위해선 계열사들의 세부적인 교통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을 지배하는 것과 같이 얽힌 지분 관계를 사업적 맥락에 맞게 정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과 같은 구조개편안이 다시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당시엔 삼성엔지니어링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는데 향후 삼성중공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면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다. 사우디발 훈풍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EPC부문의 주도권을 어느 계열사가 쥐게 될 지도 지켜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