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운용부문 맡은 박종문 사장, 그룹 지배구조 마지막 퍼즐 맞추나
입력 2022.12.27 07:00
    그룹 지배구조 고민하던 박종문 금융경쟁력제고 TF장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승진
    삼성생명의 핵심자산인 삼성전자 지분 향방에 관심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신규 선임된 박종문 사장의 역할에 보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금융사 컨트롤타워를 이끈 박 사장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가지는 함의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삼성생명법 개정 발의 등 삼성의 지배구조를 놓고 여러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에서 '해결사'로 박 사장이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단행한 연말인사에서 삼성생명은 박종문 부사장을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신규선임했다. 기존 전영묵 사장과 함께 투톱 체제가 됐다.

      박 사장은 부산 내성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2011년부터 삼성생명 지원팀장 상무, 해외사업본부 담당임원 상무, 경영지원실 담당임원 상무를 거쳐 CPC전략실장과 금융경쟁력제고 TF 전무, 부사장을 맡아왔다. 그룹의 사업지원을 맡고 있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박 사장이 그간 삼성금융사 컨트롤 타워격인 금융경쟁력제고 TF 팀장으로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판을 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점이다. 금융경쟁력제고 TF는 삼성전자의 사업지원 TF와 긴밀히 소통하며, 금융 계열사 전반을 정비, 관리 하는 엘리트 코스로 통한다. 여전히 삼성금융 계열사의 임원 코스로 불리운다. 

      이런 역할을 감안할 때 박 사장은 그간 삼성금융의 지주사를 책임지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런 박 사장이 삼성생명의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단순한 인사로 보기만은 힘들다는 시각이 있다. 박 사장은 금융경쟁력 TF를 맡고는 있었지만, 그 역할에 비해서 부사장으로서 한계와 더불어 계열사 CEO 대비 젊은 나이로 인해서 제약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더욱 명확한 '롤'을 부여받았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기 삼성생명 총괄 사장으로 거론되는 박 사장이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간 점에는 일종의 메세지가 있다고 본다"라며 "삼성생명 자산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삼성전자 지분이란 점에서 이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부여받은 것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 지분은 사실상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핵심 지분이다. 즉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자산 중에서 그 중요도를 비교할 수 없는 자산인 셈이다. 삼성생명의 존재 이유도 삼성전자 지분 때문이란 평가가 있을 정도다. 

      박 사장이 자산운용부문을 맡게 됨에 따라 금융경쟁력제고 TF 팀장 시절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해당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션을 부여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삼성생명법을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박용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다'라고 반론을 제기한 상황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이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석을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에서 당론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언제든 법 통과가 가능하다. 삼성그룹에선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12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오너일가가 매년 2조원씩 연부연납 하고 있다. 현재 이자가 5%를 넘어서면서 이자 부담만 연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삼성 오너일가라도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 문제를 해결한다면 오너 일가의 삼성금융 지분 정리도 가능하다. 지난 3분기말 기준 이재용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10.44%,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6.92%,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1.73%를 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삼성그룹 입장에선 숭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선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지분을 정리하는 방향을 고민할 것이다"라며 "정치권 이슈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현 상황을 끌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