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초읽기...분주한 은행권, 반색하는 VC들
입력 2022.12.28 07:00
    금산분리 완화 방안, 이르면 내년 상반기 가닥
    은행권 대응에 분주…제휴 및 지분인수 등 고려
    신한 ‘땡겨요’, 국민 ‘리브엠’ 등 지속가능해질 듯
    벤처투자 업계도 반색…유동성 공급 등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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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산분리 완화 기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은행권과 VC(벤처투자)업계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당장 비금융 사업확장의 문이 열린 은행권은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VC업계 역시 말라붙은 자금난에 유동성 공급의 길이 열릴지 주목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늦으면 내년 상반기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한 세부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완화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네거티브 전환이 포함된 방안보다는 포지티브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현행 법체계상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기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한 반면, 포지티브 규제로 갈 경우 유권해석 등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에서는 비금융 사업확장의 문호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은행을 제외하고보험사나 증권사, VC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춘 금융지주들은 내년 새 먹거리로 ‘비금융’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 외에 생활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면 더욱 많은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은 쇼핑이나 리서치를 먼저 진행한 뒤 자금이 필요할 때 금융사를 찾는다. 만약 이 순서를 바꾸거나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면 타 금융사보다 먼저 금융서비스가 필요한 고객군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데이터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순히 금융서비스만을 제공하기보다는 고객들의 금융 니즈를 먼저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해외에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7월 미국 최대 은행은 JP모건체이스는 여행서비스 오픈을 본격화했다. 여행업 진출을 위해 지난 수년간 예약시스템, 고급여행사 등을 인수해왔다. 고객들의 가장 큰 지출 분야인 여행업에 진출해 재정서비스 등을 제공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향후 자동차나 주택금융 등으로 서비스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한은행의 배달대행 플랫폼 ‘땡겨요’나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등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이 같은 사업들이 더욱 다양한 범위에서 지속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번 금산분리 완화를 ‘비금융’ 사업 확장의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라며 “아직 세부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이지만 제휴부터 소수지분 인수, M&A(인수합병)까지 다양한 방식을 두고 유망한 사업 분야들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물론, VC업계에서도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유동성 공급이 메말라가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비금융 사업 확장이 핀테크 등 관련 회사의 투자유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산분리 완화를 계기로 내년 하반기부터는 4대 금융지주들 쪽에서 (벤처투자 관련) 큰 자금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라며 “각 금융지주들이 관련 전략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당장 인수합병은 아니더라도 소수지분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이 확정되기 전인 만큼, 금융지주들도 구체적으로 집중할 분야나 규모 등과 관련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소수지분이나 경영권 인수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어떤 규모로 어떤 업종을 들여다볼지는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