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유안타증권 매각설…'내부자정보 이용' 문제로 6개월간 추진 어려워
입력 2022.12.29 07:00
    수년간 매각설 반복…우리금융 유력 원매자 거론
    M&A시 막대한 차익 기대되나 당분간 실행 어려워
    대주주 지분 확대 중…6개월내 매각시 차익 반환
    내부자정보 이용 문제 커지면 각종 조사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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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안타증권 매각설은 지난 수년간 꾸준하게 거론됐고 최근에도 우리금융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다시 불거졌다. 매각자와 인수자 모두 부인하는 가운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M&A 진행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안타그룹은 이달에도 유안타증권 지분 매집을 이어가고 있는데, 6개월 안에 지분을 팔 경우 내부자정보 이용에 따른 단기매매차익 반환 문제가 생긴다. 단순한 이익 반환에 그치지 않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얻지 못하거나 사정당국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만 유안타그룹은 2014년 2750억원을 들여 동양증권 구주 및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이후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유안타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1조5000억원, 시장점유율 3.1%(작년 영업순수익 기준)의 우량 중형사가 됐다. 유안타그룹은 아시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에 진출했지만, 공격적인 영업은 하지 않았던 탓에 언제든 다시 철수할 수 있다는 시선을 받아 왔다.

      우리금융이 유안타증권의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돼 왔다. 2014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한 후 증권사 부재에 고전했기 때문이다. 2019년 지주사 체제로 다시 전환한 후에도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우리금융은 올해 카디프생명을 인수하려다 포기했는데, 이사회가 증권사 외 M&A는 무의미하다며 반대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그룹 입장에선 유안타증권을 내놓는다면 가장 후한 값을 쳐줄 곳이 우리금융이고,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가 필요한 우리금융으로서도 유안타증권 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언제든 급물살을 탈 거래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런 배경 탓에 유안타증권 매각설과 우리금융의 인수설은 수년간 반복적으로 점화됐는데 최근에도 다시 M&A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안타증권은 28일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해 “당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매각을 위탁하거나 직접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우리금융 역시 유안타증권 인수 추진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아직 수장의 거취가 불분명해 대형 M&A를 추진할 동력이 약한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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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안타그룹과 우리금융이 M&A에 교감을 이루고 있다 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본격적인 실행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그룹의 유안타증권 지분 매집 행보가 내부자정보 이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유안타그룹은 Yuanta Financial Holdings → Yuanta Securities → Yuanta Securities Asia Financial Services Private Limited(이하 유안타시큐리티즈아시아) → 유안타증권 형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안타시큐리티즈아시아는 2020년 9월을 마지막으로 유안타증권 지분 매집을 멈췄는데, 반년 전부터 다시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6월말 이후 16번의 주식보유보고 공시를 통해 수십 차례의 장내주식 매수 사실을 알렸다. 이번달에도 주식 매집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안타그룹이 유안타증권을 매각하게 되면 자본시장법상의 불공정거래에 해당하게 된다. 법에 따르면 상장사의 임직원 또는 주요주주가 회사 주식을 인수한 후 6개월 이내에 매각해 이익(단기매매차익)을 얻는 경우, 회사는 그 이익을 반환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주요주주가 내부자로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차익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유안타시큐리티즈아시아는 유안타증권 최대주주로 법상 주요주주(지분율 10% 이상)에 해당한다. 6월말 이후 유안타증권에 대한 지분율(주권소유비율)은 53.91%에서 54.33%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이 규제를 피할 수는 없다. 유안타증권의 최근 시가총액은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나, M&A 시 예상가는 조단위에 달해 상당한 차익이 예상된다. 최근 지분 매입부터 6개월 이후인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안타증권 매각이 쉽지 않다. 이후 주식을 또 산다면 그 기한도 계속 밀리게 된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유안타시큐리티즈아시아가 장내에서 유안타증권 지분을 인수하고 있는데 6개월 안에 매도하면 내부자정보 이용으로 해석돼 주식매매계약 체결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 역시 "주요 주주가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한 이후 6개월 안에 지분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는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를 불문하고 단기매매로 취득한 이익을 반환토록 하지만, 주식 매매 거래 자체는 허용한다. 대주주가 매각 이익을 포기하고라도 유안타증권을 정리하고 싶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단일뿐 현실적인 벽은 훨씬 높다. 이익을 산정하고 반환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반환 후에는 별도로 공시까지 해야 한다. 이익을 반환하는 것과 별개로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해 한국거래소나 사정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대주주는 미공개정보 활용 가능성이 특히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금융사 M&A의 경우 문제가 불거지는 순간 금융당국의 대주주변경승인을 얻기 어려워지니 무리할 실익도 사라진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단기차익매매 문제 때문에 주식 매집 후 6개월 이내에는 팔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고객에게도 팔지 말라고 권한다”며 “6개월 안에 팔면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모든 조사가 시작될텐데 회사 내부에선 이를 피할 명분을 찾아 대응하기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