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배스' 고민에 생존경쟁 치열…수익돌파구 안보이는 증권업계
입력 2023.01.06 07:00
    부동산PF ABCP 리스크 여전
    부서별 빅배스 논의도 한창
    위탁매매도 당분간 저조 전망
    손실회피 및 펀드 사후관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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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새해에도 증권사들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증시 침체는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주식자본시장(ECM) 등 IB(투자은행) 부문은 당장 수익 손실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내몰렸다. 

      증권사 내 각 부서들도 작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손실처리(빅배스)를 감수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펀드 사후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란 의견이다. 

      5일 신용평가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증권업계 수익 전망은 지난해와 같이 밝지만은 않다. 작년 말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가 완화된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가장 큰 위험요인은 부동산PF 부문이다. 

      1월 다가오는 부동산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만 17조원에 달한다. 2월과 3월에도 각각 10조원, 5조원 수준의 만기가 예정되어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부동산PF ABCP의 차환이 쉽게 이뤄지지만 최근 경기가 갈수록 둔화되고 있어 자칫 유동성 경색위기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브릿지론, 후순위, 고 LTV(담보인정비율) 등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PF 딜(거래)의 확약을 주선한 바 있다. 특히 작년 4분기부터 차환 실패에 따라 확약 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만약 부동산 기초자산의 부실화가 현실화될 경우 대손비용이 발생하거나 상각처리 가능성이 불거질 수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금융에 의존적인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거나 관련 고위험 익스포저를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정책당국의 안정화 조치 시행에 따른 부동산금융 관련 규제 변화 가능성도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간 쏠쏠한 수익부서 역할을 했던 자기자본투자(PI)도 우려가 크긴 매한가지다. 증시 활황기를 등에 업고 비상장 기업에 투자를 해뒀던 증권사들은 급격히 꺾인 시장 분위기에 손실 처리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의 신년 최대 고민거리는 ‘손실 회피’다.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펀드들의 사후관리에 각별히 힘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부서별로 대규모 손실확정(빅배스) 실행에 돌입했고, 전사 차원에서 관리하던 펀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새해에 뚜렷한 수익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리와 경기 상황 등 외부 변수와 직결된 IB부문의 실적 둔화는 말할 것도 없고,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위탁매매 부문마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고점에 달한 뒤 하반기까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금리는 연초 4.5%~5%, 한국 금리 역시 상반기 3.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리인상 속도는 조절될 수 있지만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증권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부터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위탁매매 부문은 주식거래대금 감소 및 고객예탁금, 신용융자 규모 축소 등의 여파로 이미 위축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추세가 둔화되더라도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라 고금리 환경은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에 힘쓰겠지만 우발채무가 현실화되거나 투자자산의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에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