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발표 후 주가 폭등한 신한금융…주주정책 경쟁 신호탄 쐈다
입력 2023.01.09 07:00
    신한금융 주주환원 발표 후 주가 큰폭 상승
    배당 약속 지킨다면 배당성향 50%도 가능
    주가 추가적인 상승여력 있다는 평가
    과거에도 제시한 수치...실행여부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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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자본비율 12% 초과분에 대해 전액 주주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융사 배당 및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으로 이어진 이후 금융지주들이 현재까지 밝힌 주주환원책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금융지주간 몸집 키우기 경쟁이 주주가치 제고 경쟁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을 쐈다는 해석이다. 

      지난 2일 진행된 경영포럼에서 신한지주는 주주환원을 위한 자본여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자리에는 조용병 회장, 진옥동 회장 내정자뿐 아니라 전 그룹사 임직원이 함께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이태경 신한지주 최고재무책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 수준으로 낮은 대표적인 이유가 주주환원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자본비율 12%대를 유지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라고 밝혔다. 

      주주환원 확대 전략과 더불어서 리스크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신한금융지주가 내세운 자기자본비율(ROE)는 10.5%다. 

      시장에서 눈여겨 보는 것은 '자본비율 12%'다. 보통주 자본비율(CET1)을 기반으로 배당정책을 수립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의 건전성을 파악하는 여러 지표중 보통주 자본비율은 가장 핵심적인 지표로 불리운다. 금융리스크에 대해서 금융사의 대응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해당 지표를 10.5%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KB금융이 12.6%, 신한금융 12.7%, 하나금융 12.73%, 우리금융 10.9%다. 4대 금융지주 공히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을 맞추고 있다. 

      신한금융이 12% 초과분에 대해 전액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것은 불필요하게 자본을 쌓아서 주주이익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금융지주 저평가 해소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와도 궤를 같이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에 공개서한을 보내고 보통주 자본비율이 13% 이상일 경우 전액 주주환원 할 것으로 요구한 바 있다. 

      신한금융이 12% 초과분에 대해 전액 주주환원을 할 경우 통상 25% 수준에 불과한 배당성향이 두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주요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64% 수준으로 국내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의 두배가 넘는다. 이러한 배당이 가능한 이유는 일정정도의 자본비율을 맞추면 금융당국에서 배당에 대한 금융사의 자율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배당 자율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한금융의 주주환원 선언은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이 새로운 배당정책에 대해서 밝힌 이후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3일 2%, 4일에는 4%, 5일에는 8.4% 가 오른 상황에서 장마감했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볼 수 없었던 상승폭이다. 메리츠금융이 이미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주가를 몇배 부양시킨 바 있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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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금융지주가 배당주란 점에서 배당성향이 두배 높아진다면 산술적으로 현재 주가의 두배까지 상승할 수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사 주가의 핵심적인 요소가 주주환원이란 점에서 배당성향이 두배 늘게 되면 주가도 이에 반응해서 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배당에 보수적이었던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제약을 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국에서 배당 자율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그간 금융지주에서 잉여자본을 주주환원보다는 대출확대에 주력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대비 대출 성장률이 지나치게 높으면서 가계부채 부실 등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무리한 대출을 막고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과도한 배당규제로 그간 대출이 지나치게 팽창한 경향이 있다"라며 "신한금융이 이야기하는대로 건전한 자본비율을 달성한다면, 남은 자본으로는 금융권 전체적으로 대출성장률보다는 주가 제고 등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라며 "신한지주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리딩뱅크 경쟁의 포문을 연 가운데, KB, 하나, 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본비율 12%는 이번에 최초 마련된 방안은 아니다. 아울러 신한금융이 이 수치에 맞춰 배당을 얼마나 더 늘릴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내부적으로 코로나 시기 이전부터 해당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으나, 대내외 환경에 따라서 아직까지도 실제 실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경영포럼에서 해당 목표를 다시금 제시하긴 했지만, 은행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실화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란 견해다. 당장 증권가에선 특별 대손준비금 등으로 올해 주당 배당금이 예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