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촉박해진 상장 일정…IPO 내년으로 밀릴 수도
입력 2023.01.06 18:11
    일정 빠듯한데 시장·당국·FI까지 고려할 변수는 산적
    카뱅 주가 회복에 숨통…FI 눈높이 맞추긴 힘들 전망
    시장 불확실성 여전…"적기 언제냐" 두고 고민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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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컬리가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비슷한 시기 한국거래소 문턱을 넘은 케이뱅크의 상장 완주 의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 승인 효력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달 말을 전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일정은 빠듯한데 재무적 투자자(FI)와 공모주 시장 모두를 설득할 만한 기업 가치를 뽑아내기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늠자 격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오르고 있어 숨통은 트였지만 무리하게 일정을 완주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에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발행사와 주관사를 비롯한 시장 전반이 '적기가 언제냐'를 두고 저울질이 한창인 모습이다. 

      6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주관사단이 아직까진 상장 일정을 두고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뱅크는 작년 9월 2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예심을 통과해 오는 3월 20일까지 상장 일정을 완주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내달 초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도 되지만 금융감독원의 실질 검사를 비롯해 거래소 검토를 무리 없이 통과하려면 이달 중에 신고서가 나오는 게 수월하다는 평이다. 

      해외 공모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135일룰(rule)을 고려하면 6일까지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어야만 했다. 설 연휴까지 고려하면 시간은 넉넉지 않은데, 케이뱅크의 공모 전략에서 신경 써야 할 변수는 많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을 기점으로 바닥으로 꺼진 공모 시장은 여전히 회복 시점을 점치지 못하고 있다. 10여 곳 이상 발행사가 상장 계획을 철회했는데, 케이뱅크는 새해 첫 조 단위 대어로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적정 기업 가치를 둔 시장의 회의적 시각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자금이 공모주로 흘러갈지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아직까지 증시가 바닥을 찍기 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상장을 생각하는 대어급 주자 전반이 이르면 2분기 이후에나 예심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케이뱅크의 상장을 두고 부정적 변수가 훨씬 많은 상황인데, 공모주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게 된 카카오뱅크와의 비교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문제가 걸려 있다. 그간 투자 유치 과정에서 주주 구성이 복잡해졌는데, 공모 시장의 문턱은 물론 FI들의 눈높이까지 맞출 수 있는 기업 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번 유상증자에서 케이뱅크는 약 2조4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주당 순자산(자본총계) 기준 6500원으로 주요 경영진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도 이 가격에 형성돼 있다. 당시 FI 측에 일정 수준 수익률을 보장한 점을 감안하면 공모 때 못해도 4~5조원 이상 시가총액을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모가는 지난 3분기 기준 순자산 1조7685억원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당시 MBK파트너스와 MG새마을금고, 베인캐피탈 등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상장 시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이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등을 문제 삼아 자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증시 침체 이전이었다면 해외에서 비교 기업군을 찾아 원하는 공모가를 맞출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장은 물론 당국의 눈총도 신경 써야 한다. 금융당국은 과거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주가 급락으로 인해 우리사주조합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점을 여전히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케이뱅크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이상의 배수(멀티플)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다행히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해 말 바닥을 찍고 유의미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PBR은 약 2.31배 수준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순자산 1조7685억원을 단순 대입하면 약 4조852억원으로 계산된다. 수요예측에서 할인율 20% 수준의 공모가 상단 가격을 인정받으면 공모 시점 시가총액은 3조2681억원, 주당 약 8700원 정도로 추정된다. FI가 동의한다면 단순 계산 상으로는 투자 유치 때보다 더 높은 가격에 상장하는 건 가능한 셈이다. 

      앞서 지난 2일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선 FI들의 풋옵션 가능성을 의식한 발언이란 평가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올해 안에 상장에 재도전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케이뱅크가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증권사 주식자본시장(ECM) 담당 한 임원은 "주관사단에서도 크게 자신이 없는 분위기가 전해지는데, 상장 일정을 완주할 만한 실익도 크게 보이지 않는 편"이라며 "시장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도 조 단위 대어가 연초부터 등장하는 것을 별로 반길 것 같지 않다. 여러모로 케이뱅크와 주관사단 측에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