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사업부 추가 매각할까?…자금 조달보다 '협상 카드’ 시선도
입력 2023.01.11 07:03|수정 2023.01.11 10:21
    태양광 투자금 첨단소재사업 등 활용해 조달
    일각에선 케미칼 사업 등 추가 활용 가능성도
    기술적으로 분리 어렵다 평가…회사 "사실무근"
    "추가 카드 있어야 금융권과 협상에서도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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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솔루션은 ㈜한화와 함께 그룹의 정점에 위치한 핵심 계열사로 2021년 이후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초 에이치씨씨홀딩스(중국 닝보법인) 지분 49%를 매각했고, 9월엔 첨단소재(경량복합소재 및 태양광소재), 갤러리아 사업부문 분할 계획을 밝혔다. 분할된 한화첨단소재의 소수지분을 사모펀드(PEF)에 팔았고, 2021년엔 갤러리아 광교점을 유동화했다.

      한화솔루션이 유동성 확보에 분주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확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회사는 2022~2024년 사이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자본적지출(Capex)과 5000억원 이상의 지분투자 계획을 세웠다. 2021년엔 8000억원 이상 설비투자했고, RES프랑스 지분 인수에 1조원이 들었다. 연 수천억원 수준의 자체 이익만으론 이를 충당하기 어려우니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고민했다.

      일각에선 추가로 사업부 자산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는 현재까지 주요 사업 중 기초소재(케미칼) 해외 사업, 가공소재(첨단소재)는 유동성 확보 카드로 활용했다. 갤러리아는 올해 인적분할로 떨어져 나간다. 이를 감안하면 PE(폴리에틸렌), PVC(폴리염화비닐), CA(염소·가성소다) 등을 생산하는 케미칼 부문 정도가 활용 가능성이 남은 곳으로 볼 수 있다. 회사는 2016년 울산 CA 공장을 매각한 후 여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케미칼 부문은 한화솔루션의 주력으로 작년 이후 회사의 매출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작년에 영업이익 1조원, 올해도 3분기까지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올해 들어 PE, PVC 쪽 수익성이 다소 저하됐지만 CA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며 "현금흐름이 좋기 때문에 아마 매각한다고만 하면 많이들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업부를 추가적으로 쪼개서 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양광 사업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이제 막 흑자를 내고 있다. 더욱 확실한 안정 궤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회사의 캐시카우를 유지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운스트림 사업, 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 후 매각하는 방식의 사업 구상도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사업의 주원료 에틸렌을 DL그룹과 합작한 여천NCC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회사의 여수 공장과 여천NCC는 지근 거리에 인접해 있다. 관계사로부터 원료를 받을 때와 외부에서 받을 때는 효율성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여천NCC는 최근 합작 종료 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불확실성도 있다.

      한 금융사 한화그룹 담당 임원은 "케미칼에서 번 돈으로 사업 태양광에 지원해 온 상황에서 해당 사업을 팔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태양광 발전을 파는 사업 모델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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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솔루션 역시 사업부를 추가로 쪼개서 팔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2021년 초 선제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투자 재원도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솔루션 측은 "증자를 받았고 자금이 쪼달리는 상황도 아니라 당장 (지분·자산 등 매각) 계획된 것은 없다"며 "최근엔 (추가) 유상증자 소문이 돌았다는데 이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추가 자산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당장 급박한 자금 마련 가능성보다는 ‘시장 안심’ 차원일 것이란 시선도 있다. 태양광은 그룹의 역점 사업으로 오랜 기간 육성하고 있지만 확실한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유사 시 추가로 활용할 자산이 있다는 점만 부각돼도 투자자나 금융사의 불안감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앞두고 있다. 당장 필요한 2조원보다 그 후의 투자 관리 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평가가 많다. 회사는 대우조선해양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지만, 지분 47.93%를 가진 한화임팩트의 자회사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4000억원을 투자한다. 계열사들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추가 지원 부담을 져야 하는 위치의 한화솔루션으로선 쓸만한 카드를 들고 있어야 한다.

      한화그룹은 현재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선물환 계약 등 향후 금융지원 조건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경기 주기를 타는 조선업 특성상 앞으로도 추가 지원을 요청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룹 중추인 회사가 손에 쥔 카드가 많을수록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가능성이 커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내부에서도 다른 사업부를 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기술적으로 쪼개기 어려운 것들만 남아 있다"며 "회사는 태양광에 많은 돈이 들어가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안정적으로 마쳐야 하는 상황인데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금융권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