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코테크놀로지? 리비안?...삼성전자, 올해는 대형 M&A 할까
입력 2023.01.17 07:00
    美 반도체 패키징 앰코·전기차 리비안 거론
    한종희 부문장 "좋은 소식 기대해도 좋아"
    시장 "실제로 M&A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에 하만 인수 성과 의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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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이후 7년 만에 '빅딜'에 뛰어들까.

      한종희 삼성전자 부문장은 지난 6일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M&A 계획에 대해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예측하기 힘든 시장 환경에 삼성전자가 실제로 M&A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다양한 인수합병(M&A) 대상을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패키징 기업 앰코테크놀로지, 전기자동차 기업 리비안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앰코테크놀로지는 세계 2위 차량용 반도체 패키징 업체로, 삼성 파운드리의 주요 파트너사 중 한 곳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기업이지만, 전신은 1968년에 설립된 아남반도체다. 본사는 미국 오스틴에 있는데 한국에도 인천·광주·송도 등에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9조원으로 삼성전자는 앰코테크놀로지의 기업가치(밸류)를 10조원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자회사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삼성이 앰코테크놀로지에 M&A와 관련해 의뢰한 적 없으며, 앰코테크놀로지 본사 역시 삼성에 피인수되는 걸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기술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내부에 '첨단 패키지팀'을 신설하며 패키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앰코테크놀로지 외에도 국내외 파운드리 회사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해외 패키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며, 삼성전자는 몇 년간 고도화된 패키징 기술인 팬아웃 패널레벨 패키지(FO-PLP)·팬아웃 웨이퍼레벨 패키지(FO-WLP) 개발을 시도했다"며 "그러나 원하는 수준까지 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최근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9년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검토한 적 있다. 인수 금액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M&A는 무산됐다. 당시 NXP는 440억달러(약 51조원)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자동차 반도체 관심'은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현대자동차 등 지난해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차량용 반도체 조달을 국내에서 해결하자는 취지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지난해 10월 제15회 반도체의날 기념식에서 "(현대자동차 이외에도) 한두 업체가 아니라 모든 자동차 회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부족해 차를 못 만드는 사태가 일어난 뒤로 굉장히 많은 자동차 회사가 반도체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NXP 인수 추진설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못하고 있다. 

      리비안 인수를 통해 전기자동차 사업에 직접 뛰어들 거란 얘기도 들린다. 리비안은 시총 약 20조원의 미국 전기차 제조 회사다.

      삼성전자는 그룹 핵심 계열사와 함께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기차와 관련있는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각 계열사는 전기차 배터리·자율주행 칩·차량용 반도체·카메라 모듈·OLED 등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실제로 대형 M&A에 나설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2021년 초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액션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가 약속 기한이긴 하다.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은 넉넉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과 단기유가증권은 101조4000억원이다. 피인수 기업의 금액만 놓고 봤을 때 엄청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당장 M&A에 대량의 현금을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도 맞다. 당분간 메모리 업황 부진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인 매크로 환경에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47조6280억원, 내년은 34조6561억원 정도다.

      하만 인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자동차가 1조원에 산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비교될 만큼 여전히 하만은 전장사업에서의 시너지를 두고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딜에 직접 나선만큼 책임론을 두고 자유롭게 얘기하기 어렵다보니 쉽사리 10조원 단위 M&A에 나서기 어려울 거란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년 내내 곧 M&A를 한다고 말만 하면서 시장에서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건 사실"이라며 "시장에서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회사들이 제2의 NXP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