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거래절벽 장기화 조짐…회계법인 올해 일감 확보도 ‘한숨만’
입력 2023.01.26 07:00
    회계법인 딜부서, 거래 감소에 일감 걱정 지속
    작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딜 수요 저조
    부서별 법카 비용 및 승진 누락 가능성에 전운
    매수 자문 및 사업성 검토 용역 수요가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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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거래 호황으로 위상이 높아졌던 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가 올해는 일감 걱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 하반기 딜(거래) 수요 감소로 관련 부서에서는 비용절감에 힘쓰는 한편, 파트너 승진 누락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고객군인 사모펀드(PEF)들이 투자자산 가치하락으로 신규 인수에 몸을 사리고 있는 점이 일감 확보에 걸림돌로 꼽힌다. 매수자문 요청이나 사업성 재평가 용역이 그나마 위안거리로 꼽히지만 대체 수익원으로 자리잡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회계법인에서 M&A(인수합병) 등 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재무자문본부가 올해 상반기도 부진한 실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작년 한 해 딜 수요 감소가 이어지며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이에 국내 빅4 회계법인 딜 부서들은 법인카드 규모 축소, 인원 감축 등 내부 비용통제에 힘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규 채용 수요도 크게 줄었고 이미 뽑아 놓은 인원 가운데 ‘잉여 인력’도 나타나고 있다. 파트너는 물론, 일반 직급 승진도 누락되는 인원이 있을 수 있어 내부적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거래 절벽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된 뒤 한산한 딜시장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문제는 올해도 경기침체 지속 가능성으로 나아질 기미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딜호황 시절에는 누락 인원 없이 대부분 파트너 승진가도를 달렸지만 불과 1년 사이에 (파트너와 비파트너 사이의) 희비가 엇갈릴 판”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한 데다 PE 포트폴리오 자산의 기업가치 하락이 이어지며 신규 인수 자문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회계법인의 주요 고객인 중소형 PE들은 신규 딜은커녕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곳들도 많다는 전언이다. 이들의 주요 출자자(LP)였던 캐피탈사들이 작년 하반기 사실상 투자를 중단하면서 PE들은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매물을 검토하기보다는 이미 투자한 자산 관리에 힘쓰는 사례도 많다. 대형 PE로 꼽히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나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은 한샘이나 카카오뱅크 등 투자자산 가치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높은 가격에 샀던 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PE들도 영업권 상각 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는 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의 경우 원가로 평가가 가능하지만 상장주식은 PE들도 영업권 상각 처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요즘처럼 영업이익이 고꾸라지는 상황에선 순이익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리던 폐기물 거래시장은 반년 사이 분위기가 한 풀 꺾였다. 가격을 두고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의견 차이가 커진 탓에 신규 인수보다는 기존에 인수했던 폐기물 사업장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말 IMM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 이후로 조단위 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딜들만 간간이 거래가 성사되는 분위기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충청권 등 폐기물 시장 내 최근 공급이 많아지면서 매립단가가 떨어져 기존 사업장들도 운영 차원에서 비용 절감 등 효율화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에서도 과거와 달리 기존 포트폴리오의 사업성 평가나 매수자문 위주로 대응전략을 바꾸고 있다. 국내 한 중소형 PE는 최근 한 대형 회계법인에 이미 투자해뒀던 포트폴리오 자산과 관련한 사업성 평가 용역을 의뢰했다. 매각이나 인수를 염두에 둔 사업성 평가나 컨설팅이 아닌, 기존 자산군의 사업성을 다시 검토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미 투자한 자산의 기업가치 하락, 또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원가에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매수처를 찾아달라’는 요구가 종종 들려온다”라며 “개인기업 오너들 역시 수익률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잠재적 인수자를 찾아 기업을 넘기고 싶어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다만 (가격 갭이 심해) 적절한 매수자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했다.